“들리는 색채미학으로 변주”

이승준 / 기사승인 : 2019-04-16 0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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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그룹 백두산의 드러머 출신 화가 최소리 개인전




1991년대 헤비메탈그룹 백두산의 드러머로 4년 가까이 활약하다가 솔리스트 타악기 연주자로 독립해 1997년 첫 앨범 ‘두드림’을 냈다. 




한창 음악가로 질주할 때 느닷없이 소음성 난청 질환이 찾아오면서 막막한 현실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면서 ‘보이는 소리’를 만들기를 결심했다. 그는 드럼 대신 금속판과 종이에 스틱과 북채를 거칠게 두들겨 형태를 마련하고 색감을 입혔다. 




이달 17일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갤러리에서 개막하는 최씨의 개인전 ‘소리를 본다’ 전은 지난 20년 동안 그림에 매달린 음악가의 감성이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 1~3층에는 드럼 대신 금속판과 종이에 색을 입히고, 지워내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대작 60점이 걸린다. 그림과 음악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로 만들기 위해 캔버스를 붙들고 열정을 ‘씨줄’로, 집념을 ‘날줄’로 변주한 작품들이다.




두툼하고 따듯한 손, 텁수룩한 수염에 시꺼먼 작업복, 길게 딴 머리, 벙거지 모자로도 그의 미술 인생이 가슴을 치고 들어온다. 최씨는 칙칙한 검정 일색에 둘러싸여 있었으나 눈빛만은 반짝 빛났다.




사람들이 ‘반쪽 화가’라 치부했을 때 그는 “미술이란 인간이 절망하는 지점에서 색깔을 내보여 꿈과 희망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회 제목인 ‘소리를 본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에 소리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최씨는 스틱을 꼭 붙들고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듯 금속판과 종이를 내리쳐 찢고, 갈고 문대며 또다시 펴는 일을 수천 번 반복했다. 바둑판 무늬의 균열에 의해 생긴 수많은 요철 자리에 다시 청색과 검은색, 흰색, 갈색 등 단색(모노크롬)의 아크릴 물감을 채웠다. 이런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작품은 마치 잘 짜여진 직물처럼 일률적으로 정돈된 평면 구조물을 연상케 한다. 먼동이 틀 때 느껴지는 오묘한 색감들은 서른 다른 소리를 내며 잔잔하게 화면을 맴돈다.




최씨는 “30년 넘게 두드리는 것밖에 할 줄 몰라 심신이 가는 대로 두드렸더니 그림이 됐다”면서, “1998년 음악을 버리고 서울 구파발에 작업실을 차릴 때는 어색한 분위기가 좀 쓸쓸했는데 요즘은 그 시절이 오히려 그립네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롯해 광저우 아시안.올림픽 폐막식 등 국내외 굵직한 행사의 공연을 기획하고, 포르쉐와 벤츠 등 신차 론칭 행사 오프닝 음악도 만들었지만 그림보다 더 큰 감동을 주지 않았죠.”라고 회상했다.




미술로 2막 인생을 연 그는 ”항상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부족하다는 것만 생각하자. 그리고 사사로운 것에 묶이지 말자“고....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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