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성이 높아지는 미국 군대와
공공 종교 표현을 더욱 제한하는 캐나다 퀘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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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출처: depositphotos.com |
최근 발표된 미 보고서와 캐나다의 법안은 공적 영역에서 종교가 상반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군대에서는 종교적 헌신이 증가하고 있으며 종교 활동이 집단 내부의 강화를 위해 사용되는 반면, 캐나다 퀘벡에서는 공공 영역의 종교 표현을 한층 더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워싱턴대학교 댄포스 센터(John C. Danforth Center)의 라이언 버지(Ryan Burge) 교수는 ‘공동 선거 조사(Cooperative Election Study)’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현역 군인의 주간 교회 출석률이 지난 10여 년 사이 뚜렷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릴리전 언플러그드(Religion Unplugged)가 전한 자료에 따르면 군인의 주 1회 교회 출석률은 2010~2012년 21%에서 2022~2024년 28%로 상승했다. 또한, 2022~24년 기간 동안 군인 45%가 최소 주 1회 종교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간인(일반인)의 주간 출석률은 변동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낮아졌고, 종교를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비율도 감소했다. 종교가 중요하다고 답한 민간인은 2010~2012년 37%에서 2022~2024년도 30%로 하락했으며, 주 1회 이상 참석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9%에서 7%로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2022~2024년 조사된 민간인의 23%만이 주 1회 이상 예배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버지는 이러한 차이가 군 모집이 상대적으로 종교성이 강한 지역인 앨라배마,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즉, 군대가 종교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종교적 배경이 강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군대에 많이 입대한다는 것이다.
릴리전 언플러그드가 전한 2019년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군인의 약 70%가 기독교인으로 분류되며, 약 4분의 1은 ‘기타·분류 불가·미상’ 범주에 속했다.
버지는 “민간인과 군인 양쪽 모두 18~45세 응답자만을 비교했다. 군인은 민간인보다 매주 교회를 찾을 가능성이 약 두 배 높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군인은 전통적으로 일반 미국인보다 더 종교적으로 활발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군인의 종교적 헌신도는 상승한 반면 일반 대중은 더 세속화되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캐나다에서도 세속화가 강화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크리스채너티 데일리(Christianity Daily)에 따르면, 퀘벡에서는 공공 기도를 금지하는 ‘법안 9(Bill 9)’이 11월 27일 발의되었다. 한때 북미에서 가장 종교적이던 퀘벡은 1960년대 ‘조용한 혁명(Quiet Revolution)’을 거치며 가톨릭교회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약화되었고, 이후 정부는 공공 영역에서 종교적 흔적을 제거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크리스채너티 데일리에 따르면, 이미 2019년에 판사, 교사, 경찰 등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직자가 터번이나 히잡과 같은 종교 상징물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21(Bill 21)’가 통과되었다.
1759년, 영국이 프랑스를 패배시키고 현재의 캐나다 지역을 차지했을 때 영국은 프랑스계가 다수인 퀘벡의 내부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두었다. 이로 인해 퀘벡의 대부분 제도는 계속해서 가톨릭교회의 관리를 받았다.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유럽 본토 내 교회의 권위는 무너졌지만, 대서양 건너 퀘벡에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 결과 퀘벡은 혁명 이전 프랑스의 성직자 중심 전통을 상당 부분 계속 유지했다.
주교나 대주교는 공식적으로는 정치를 맡지 않았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정부는 이를 무시하기 어려웠다. 공립학교는 명시적으로 가톨릭 기반이었으며, 정부는 별도로 개신교 학교도 지원했다. 병원과 사회복지 기관 역시 대부분 교회가 운영했다. 수 세기 동안 종교적 소수자는 차별을 받았고, 1960년대까지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국기 경례를 거부하고 포교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체포되곤 했다.
그러나 1960년대 ‘조용한 혁명’으로 불리는 급격한 세속화가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교육·사회 서비스 등 공적 영역에서 가톨릭교회의 지배적 영향력이 빠르게 약화되었다. 가톨릭·개신교 학교 체계는 프랑스어·영어 학교 체제로 재편되었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이 종교 상징물을 착용 금지한 ‘법안 21’은 1982년 헌법에 보장된 ‘권리 자유 헌장(Chart of Rights and Freedoms)’의 기본적 자유를 침해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캐나다 헌법에는 ‘유보 조항(notwithstanding clause)’을 통해 이러한 권리 제한이 가능하다. 미국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이 조항을 통해 연방 또는 주 의회가 권리 침해 가능성을 인정한 상태에서도 법 제정이 가능하지만, 해당 법률은 명시적으로 유보 조항을 적용한다고 밝히고 5년마다 갱신해야 효력이 유지된다.
올해 새롭게 발의된 법안 9에는 국가 공적 공간의 세속화가 더욱 강화되었다. 법안은 공공장소에서 허가 없이 기도와 같은 집단 종교 활동을 금지하고, 종교 상징물 착용 금지 범위를 보육시설 직원까지 확대하며, 유치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모든 학생과 직원의 얼굴 가리개 착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공립학교에서 코셔나 할랄과 같은 종교 기반 메뉴만 제공하는 것도 제한되었다.
또한 종교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도 점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집권당인 퀘벡 미래연합(CAQ)은 ‘유보조항’을 활용해 법안 9 통과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장프랑수아 로버주(Jean-François Roberge) 장관은 이번 법안 9가 ‘완전한 세속화’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온 또 하나의 조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이 기도실을 제공하는 관행을 비판하며 “학교는 성당이나 교회 같은 장소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발언은 대부분의 종교가 갖는 특성을 무시한 것으로, 로버주는 종교가 특정 장소·특정 시간에만 국한된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도 받았다고 크리스채너티 데일리는 전했다. 그러나 로버주는 이 법안은 모든 종교를 대상으로 하지만, 사실상 주로 이슬람 관행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팔레스타인 연대를 위한 시위에서 집단 기도가 이뤄진 것을 예로 들며 “허가도 없이 공공 공간을 점거해 길거리나 공원을 예배 장소로 바꾸는 모습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세속주의를 내세워 종교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캐나다시민자유협회(Canadian Civil Liberties Association)’는 국가가 종교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공공 공간에서의 종교 표현을 금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협회 측은 공공 공간은 모든 시민에게 열려 있어야 하며, 기도를 포함한 신앙 표현은 민주주의가 보장해야 하는 기본적 자유라고 지적했다.
북미 사회에서는 공공 영역의 세속화 정책으로 인해 종교 활동이 사적 공간으로 제한되는 흐름이 강화되는 반면, 제도와는 비교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군대에서는 종교가 심리적 지지 기반으로 기능해 공동체 내부 결속력을 높이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상반된 변화는 공적 영역에서 종교의 중립성과 종교적 자유를 어떤 방식으로 조화롭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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