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李대통령 사건, 한 총리 포함 누구와도 논의 안해" 의혹 정면반박

김재성 기자 김재성 기자 / 기사승인 : 2025-09-17 22: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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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5.9.12 연합뉴스 제공

조희대 대법원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관련 대법원 논의 의혹'에 대해 17일 공개적으로 정면 반박했다. 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의 만남에서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언급했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된 데 따른 입장 표명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퇴근 직전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통해 '최근 정치권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한 대법원장 입장'이라는 제목의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 등에서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 등과 만나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와 관련된 논의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본인은 한덕수 전 총리뿐 아니라 외부 누구와도 해당 형사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한 적이 없으며, 거명된 다른 인사들과도 의혹에 언급된 대화나 만남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입장문 발표 약 30분 뒤, 조 대법원장은 퇴근길에 대법원 청사를 빠져나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짧게 “수고하십니다”라고만 답했고,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한 전 총리와의 만남을 입증하는 녹취 증거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이후인 지난 4월 7일 조 대법원장이 한 전 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윤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의 측근인 김충식 씨 등과 오찬을 가졌다는 제보를 소개했다. 부 의원은 “(오찬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라며, “만약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과 공정성을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정권 이양 등 대선에 개입한 전례 없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국민 여러분,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조 대법원장에게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생각해보라”고 언급했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도 “사실이라면 대법원장의 대선 및 정치 개입이 즉각 규명돼야 한다”고 SNS를 통해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대법원은 공식적으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겠다고 나섰다. 내부적으로는 의혹 제기만으로 대법원장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사실관계는 명확하다. 조 대법원장이 누구와도 해당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최근 식사 여부, 실제 만남 여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으나, 문제로 지적되는 작년 12월 등 관련 기간에는 해당 인사들을 아예 만나지 않은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에 있다 보면 공식 행사나 기념일에 같은 자리에 좌석 배치상 옆에 앉을 수는 있으나, 그런 상황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억이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련 의혹이 확산되던 당시 조 대법원장은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조차 받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역시 이 대통령 재판을 앞두고 외부 연락을 거의 끊고 재판 업무에만 집중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아울러, 오찬 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거론된 인사들도 해당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혹에서 언급된 당일에 조 대법원장과 만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조 대법원장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이 고등학교(경북고)와 대학교(서울대 법대) 후배이기는 하나, 직접 만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전 총리와 관련해서도 “사석에서는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대학에 입학했으며, 과거 한 전 총리가 국무조정실장, 정상명 전 총장이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하며 서로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공식적인 모임에서 얼굴을 마주친 경우 외에는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전 총리 측 관계자 역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전·이후를 막론하고 조 대법원장과 어떤 회의나 식사를 한 적이 전혀 없으며, 개인적 친분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 민주당 주도로 열린 진상규명 청문회에서는 해당 의혹이 제기되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하늘이 두 쪽 나도 대법원장이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최근 민주당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중앙지법의 내란 사건 재판 지연 문제를 지적하며, 대법원장의 사퇴를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 대표는 “존경받아야 할 사법부 수장이 정치적 편향성과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만큼, 대법원장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영교 의원도 한 방송에 출연해,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조 대법원장은 법률과 헌법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당연히 탄핵 대상이라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 의원들이 연이어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높이자, 법조계에서는 사법권 독립 침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영리 변호사단체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여당 대표나 국회 상임위원장 등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인물들이 대법원장 퇴진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행위는 법관의 독립적 직무 수행에 중대한 위협을 가한다”며, “이는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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