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마치통닭 대표 김재곤 장로

노승빈 기자 노승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0 10: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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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장에서 신앙 기업가로... 하나님의 섭리 


▲ 김재곤 장로(가마치통닭 대표)


1. 장로님께서는 15세 중학생 때 갑작스럽게 부모님을 여의고 동생 3명의 생계를 위해 소년가장이 되셨는데 그 상황을 어떻게 이겨 내셨나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데, 육촌 형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 숨 가쁘게 교실로 찾아왔습니다. “어젯밤에 너희 아버지, 어머니가 연탄가스로 돌아가셨어.” 그가 전한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유언 한마디도 없이, 남긴 유산도 없이 두 분은 같은 날 함께 세상을 떠나신 겁니다.
당연히 숙식조차 해결할 수 없으니 학교를 계속 다닐 수도 없었고, 결국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생계를 위해 신문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버티던 중, 이듬해 봄에 남대문시장에서 닭 사업을 하던 친척이 저를 불러주었습니다. 우선 밥이라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꺼이 따라갔습니다.
그때부터 남대문시장에서 점원생활을 하며 새벽 4시에 일어나 손으로 닭을 잡고, 자전거로 배달하며 밤 늦게까지 일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시장 생활은 거칠었고, 저는 성격이 온순한 편이라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면 눈물이 나고, 감당이 안 되었어요. 이렇게는 생활을 못 하겠다는 생각에 누가 뭐라해도 절대 울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고 스스로 마음을 강하게 다졌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아 택시 운전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녁에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낮에는 틈틈이 학원에 다니며 공부해서 1977년에 면허증을 땄습니다. 당시에는 택시 운전기사가 부족할 때라 대우도 괜찮았고, 돈도 어느 정도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닭 사업을 하던 형이 차를 샀다며 함께 일하자고 저를 데리러 왔고, 저는 거절하지 못해 다시 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땐 밤새 산닭을 농장에서 사다가 시장으로 배달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가슴을 졸이며 일하느라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살았습니다. 그 무렵 중학교 친구가 찾아와 교회를 소개해주었고, 저는 처음으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2. 27세에 억울하게 뺑소니로 누명을 받아 구치소에 수감되어 해외취업이 좌절되자 복수심이 강하게 들었지만 구치소 있는 기드온 성경을 접하고 ‘악을 선으로 이겨라’라는 말씀을 보고 용서를 하셨는데 그 때 어떤 심정이였나요?

그때가 1980년대 초였습니다. 중동 취업 붐이 한창일 때, 대우건설 덤프트럭 기사로 취업이 확정되어 출국만 남겨둔 상태였습니다. 그게 제 인생에 큰 희망이었습니다. 2년만 고생하면 개인택시를 살 수 있고, 그러면 결혼도 하고, 동생들과 함께 살 수 있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국을 보름 앞둔 어느 날, 아침 배송 중 좌회전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중학생 두 명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다 제 좌측에 있던 택시의 뒤를 들이받았습니다. 그 일로 제가 뺑소니범으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거짓 목격자까지 나서면서 누명을 쓰고 서대문 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복수심에 사로잡혀 괴로운 날들을 보내던 중, 우연히 펼쳐본 기드온 성경책을 보고 마태복음6장14-15절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그리고 로마서12장19-21절 말씀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이 말씀들을 읽고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구치소에서 예수님이 저를 만나 주셨고,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용서했고, 그날 밤 오랜만에 정말 편안한 잠을 잤습니다.
최종 재판 날, 저는 거짓이지만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그것이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직업도 잃고, 면허도 취소되고, 외국에도 못 나가게 된 절망적인 상황인데 뭔가 희망적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제 마음에 평안을 주셨고, 무엇보다 용서의 선물로 아내를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3. 큰 따님의 뇌수막염으로 3세의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따님으로 더욱 주님의 은혜를 받았는데 그 이야기를 해주세요.

“딸을 통해 살아 계신 하나님께서 저를 만나주셨습니다.“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다가 생후 7개월쯤 되었을 때 갑자기 심한 경기를 일으켰습니다. 서울대병원 소아과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악성간질에 뇌성마비로 앞으로 2년밖에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픈 소식을 듣고 우리 부부는 절망하며 집으로 돌아왔고, 그때부터 저는 하나님에게 매달리며 주일 성수를 온전히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서울에 40-50곳에 이르던 거래처를 직접 찾아다니며 주일 영업 중단에 대한 양해를 구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고 주일에 장사가 더 잘되는 상황이었기에 절반은 잃을 각오를 했지만, 두 곳만 끊겼고 이후 오히려 거래처가 크게 늘어는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겉으로는 주일 성수와 십일조 생활을 하면서 세상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고, 그로 인해 아내와의 갈등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런 제 삶이 점점 두려워지고, 지쳐갔습니다. 그렇게 5년을 보내는 동안 딸아이는 약을 먹으며 누워서만 지냈고, 그 무렵 교회 집사님의 권유로 신앙을 바로 세우기 위해 딸과 함께 동네 기도원에 들어갔습니다. 금식하며 하나님께 아이를 고쳐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에게 조금씩 차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눈동자가 살아나고, 처음으로 과자를 씹었으며, 이유식만 먹던 아이가 밥을 조금씩 먹고 겨우 앉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반 정도 딸과 함께 기도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 현관에 딸을 내려놓았더니 거실에서 처음으로 서더니 손을 잡으니까 두 발자국을 걸었습니다. 그 일을 통해 “아, 하나님이 살아계시구나.”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제 몸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성령의 전이기에 더럽힐 수 없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하나님께서 세상의 유혹을 끊게 해 주셨습니다.
지금 딸은 39살입니다. 언어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였지만 건강하게 저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 딸을 통하여 생활고로 어렵고 소외된 정신지체 장애인 사역을 준비하도록 사명도 주셨습니다.


▲ 가마치 통닭 예산 도계장 전경

4. 닭고기 전문유통회사 ㈜티와이(TY),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 ㈜티지와이(TGY)를 설립했으며 각각 사명은 Thank you(TY) ,Thanks God and You(TGY)로 주께 감사를 모티브로 하셨는데 회사 소개를 해주세요.

사업할 계획이 전혀 없던 저에게 하나님께서는 9년전 기가 막힌 방법으로 친구들의 도움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게 하셨습니다. 그때에 선물을 주셨다고 생각하여 회사이름을 ‘감사합니다(Thank You).’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6개월 뒤에는 계획에 없던 가맹사업을 시작하게 하셨는데, 고객들이 줄을 지어 매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이 또한 하나님, 그리고 고객에게 드리는 감사의 마음으로 ‘TGY(Thanks God and You)’로 회사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직원 7명으로 시작하여, 9년이 지난 지금은 임직원 25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고, 연매출 2천억을 넘게 하셨습니다. 사업 첫 해부터 저는 하나님께서 이 사업장을 사용해달라고 기도하면서, 매년 10분의 선교사님과 농어촌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전도용 생닭을 연간 10만수 이상 전국 교회에 보내고 있습니다.
사업 4년째 차에는 충남 예산 지역에 도계장과 가공장을 허락하여 주셔서 2만평 부지에 연건평 6천 평의 규모의 건물을 두 차례에 걸쳐 완공했습니다. 자체 종계·부화·사육 과정을 거쳐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매일 10만수를 도계하여 당일 배송·가공을 원칙으로 삼아, 가장 신선하고 깨끗한 닭을 국민들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사훈은 잠언11장3절 말씀을 따라 ‘정직과 성실’로 정했습니다. 회사의 비전은 ‘정직과 성실을 자본으로 삼아 이웃 사랑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크리스천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5. 장로님의 기도제목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3년이 지나면 70세로 현업에서 물러나 선교와 전도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재정으로
1. 정신지체 장애인 10가정 생활비 전액 지원사업을 위해 이미 10가정 장애인 가정을 선정하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2. 110곳의 후원하는 선교사님과 미자립교회 돌봄이 사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 기드온 평생사역을 통하여 성경책과 만화 전도지로 국내외 사역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대담) 노승빈 (세계투데이 주필,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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