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식당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오백나한도 판화’를 선보였다.
이 판화는 오는 28일 강원 원주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서 열리는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나한의 세계’ 특별전에 전시된다.
한 관장에 의하면, 이 판화는 고려불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오백나한도로 알려진 오백나한도 불화(고려시대 14세기, 188.0㎝×121.4㎝, 일본 교토 지은원 소장)를 모본으로 19세기 일본에서 다시 그리고 판각한 목판화(186.5cm×120.5cm)이라고 전했다.
한 관장은 “3폭으로 인출된 대형 판화라 그동안 수장고에 잠자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려고 표구장정을 하고 여러 논문과 도록을 보며 확인해보니 19세기에 만들어진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크기도 원본과 불과 1㎝ 정도의 차이 밖에 나지 않는 대형 목판화로, 그림의 구도와 배치도 고려불화를 충실히 따라 표현했을 뿐 아니라 고려불화의 퇴색된 부분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초판 인출본이다.
오백나한도 목판화/사진제공=명주사고판화박물관
한 관장은 이어 “고려시대 제작된 오백나한도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고, 독자적인 판화로 봐도 고판화사에 한획을 그을 수 있는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불교미술전문가인 일본 나라국립박물관 타니구치 코세이 학예연구관(회화부 주임)도 “한 관장이 30여년 동안 한국 고판화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티벳 등 동아시아 고판화를 열정적으로 수집하다 보니, 이제껏 보지 못한 고려불화를 모본으로 판각한 보물급 오백나한도 목판화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나한과 관련된 한국, 중국, 일본, 티벳의 불화판화를 비롯해 나한 삽화가 들어있는 고서, 삽화를 찍었던 판목 등 70여점이 공개된다.
한 관장은 “소유권 문제로 국가 간의 전시 교류 문제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볼 수 없는 작품들이 많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고 고려불화연구자들이나 불화가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원도와 강원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오는 6월30일까지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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