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 "성령일까? 성신일까?"

신종모 기자 신종모 기자 / 기사승인 : 2021-04-24 01: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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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성득 미국 UCLA 교수(한국기독교학)/ 사진= 공식 블로그 갈무리.

 

[세계투데이 = 신종모 기자] 최근 미국 UCLA 옥성득 교수(한국기독교학과)가 흥미로운 성경 분석을 내놔 화제다. '숨일까 기운일까? 성령일까 성신일까?'라는 주제의 고찰을 통해서다.

 

옥 교수에 따르면 부활후 예수님이 처음 하신 일 중 하나는 두려워하는 제자들을 찾아가서 평강을 두 번 비시고, 파송하시고, '숨을 내쉬며' 성령을 받으라고 말씀한 것이다. 

 

그는 또 예수님 부활 후의 세상에서 제자들에게는 이 세 가지가 꼭 필요했으며 평화와 파송, 그리고 성령이라고 봤다. 이 세상에 파송돼 성령의 능력으로 평화를 만드는 자가 바로 예수쟁이들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옥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하지만 '신약전서 구역'에서는 '숨을 내쉬며'보다 '기운(氣運)을 불며'가 좀 더 생생한 그림 언어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100년 전에는 '숨' 대신 '기운'을, '성령' 대신 '성신'을 사용했을까. 또 숨을 내쉰 것일까, 아니면 기(氣)를 불어 넣은 것일까.

 

그의 흥미로운 분석은 중국의 성경 번역과 맞닿는다. 중국에서 영국 선교사들은 신(God)을 '상제(上帝)'로 번역했고, 그 짝은 '성신(聖神)'이었다. 미국 선교사들은 God을 '신(神)'으로, Holy Spirit은 '성령(聖靈)'으로 번역해서 사용했다. 

 

중국에서는 전자가 95% 이상, 후자는 일본에서 99% 이상으로 일반화해 사용된다. 이에 일본에서는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아 성경을 번역하면서 신(神, 가미)과 성령을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용어 논쟁을 할 때, 상제·신과 더불어 성신·성령을 토론했는데, 당연히 루아흐(히브리어), 프뉴마(헬라어), Spirit, 성령에 대한 용어로 영(靈)과 신(神), 혼(魂)과 함께 기(氣)와 풍(風)도 함께 논의되 곤 했다. 

 

일부에서는 성풍(聖風)을 선호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기(氣)나 기운(氣運)은 일찍 배제됐다. 다만 이 구절(요 20:22)은 숨(호흡, 기운, 바람)을 내쉬며 부는 모습이므로 일찍 한문 성경 대표자역본(문리본)에서 "噓氣 曰 受聖神"이라 번역했다.

 

따라서 구역에서는 '기운을 불다'(噓: 불 허)와 '성신을 받으라'로 번역하는게 일반화 됐다는 게 옥 교수의 분석이다.  

 

한문 문리본의 영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로스역 '예수셩교젼셔'는 '기를 불어' 대신 '숨을 불어'로 수정했다. 옥 교수는 이는 로스는 기(氣)를 불었다고 하면 한국인이 성령을 기(氣)로 오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옥 교수는 하지만 로스는 상제의 대응어인 '하나님'을 쓰면서 성령에 대한 용어는 '성령'을 채택했다며 이런 관점에는 그의 독특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언더우드 등이 번역하고 1906년 공인본으로 완성 출판한 구역(舊譯) 신약전서에서는 아래에서 보듯이 상제의 대응어인 '하ᄂᆞ님'과 그 짝인 '성신'을 채택했다. 그러나 한문 문리본의 영향으로 '기운을 불며'로 번역했다.

 

그런데 1939년 개역에서는 다시 로스역을 따라 '숨'을 채택하되 '불며' 대신 '내쉬며'로 하고, 일본어 성서의 영향으로 '성령'을 사용했다. 참고로 일본어 대정(大正) 개역 신약성서(1917)는 ‘息いきを吹ふきかけ言いひたまふ聖せい靈れいをうけよ’로 번역했다. ‘숨을 불며’에 가깝고 '거룩한 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옥성득 교수는 "'숨을 내쉬며'로 번역하거나 '기운을 불어넣으며'로 번역하거나, 부활의 평화를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성신을 받거나 성령을 받거나, 받고 그 힘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부활 후의 삶의 양식은 파송받은 자(선교사)로 사는 것이며, 그의 목적은 평화를 주는 것이며, 그 수단은 성령"이라고 덧붙였다. 

 

신종모 기자 jmshin@segy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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