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교학을 연구하게 되신 계기와 그 여정을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원래 저는 ‘성경’과 ‘성경 신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유학을 떠나기 전 5년간 사역했던 대구서문교회의 당시 담임이셨던 이성헌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저분과 같은 설교자와 설교학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분은 ‘설교의 대명사’, ‘설교의 요리사’, ‘설교의 예술가’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탁월한 설교의 거장이셨습니다. 약 5년 전쯤 대구서문교회 ‘창립 106주년 기념예배’에서 설교를 할 때 그 목사님께서 제 설교를 들으신 후 “이제는 큰 교회 담임하면 좋겠다”라며 칭찬해주신 말씀을 목사님께서 소천하신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1993년, 대구서문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유학을 떠나서 미국 트리니티 신학교에서 구약학과 캘빈신학교에서 신약학을 전공한 후에 남아공 프레토리아 대에서 설교학으로 최종 학위를 받은 것은 전적으로 이성헌 목사님의 영향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 설교의 가장 큰 도전과 과제는 무엇인가요?
한국교회 뿐 아니라 전 세계 교회의 설교자들이 주로 행하는 설교는 ‘삼대지 설교’입니다. 그러나 성경 신학과 설교학을 전공하다 보니 삼대지 설교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성경에 수많은 본문이 있고 그 본문마다 각기 다른 장르를 갖고 있는데, 설교할 때마다 설교자들이 항상 ‘세 개의 대지’로만 설교문을 작성해서 전한다는 것이 너무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설교자들이 정해놓은 딱 세 개의 대지가 들어 있는 본문은 사실상 거의 없는데도 말입니다. 쉽게 말해서, ‘성경’이란 밭 속에는 ‘영양 만점의 산삼 한 뿌리’가 반드시 들어 있는데, 도라지 몇 뿌리가 들어있는가 하면 아예 한 뿌리도 들어있지 않는 밭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작 영의 양식으로 가장 소중한 ‘원포인트의 메시지’인 한 문장을 추출해야 하는데, 설교자들은 자꾸만 도라지 세 뿌리를 찾는 나쁜 버릇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중요한 ‘산삼 한 뿌리’(One main point)는 보지 못하게 되고, 본문 속에 없는 도라지 세 뿌리 찾기에 여념이 없어집니다.
세 뿌리가 나와야 삼대지 설교가 가능한데, 대부분의 본문에 세 뿌리가 나오지 않기에 늘 설교자 자신이 만들어 낸 몇 뿌리를 인위적으로 첨가해서 삼대지 설교를 작성합니다. 정작 중요한 산삼 한 뿌리는 놓친 채 본문에도 없는 몇 뿌리를 보태서 삼대지의 설교를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렇게 해서 삼대지로 전달하는 설교는 설교를 전달한 설교자 자신도 한 주만 지나면 다 잊어버리고 맙니다. 딱 하나의 메시지라면 기억하겠으나, 매번 세 가지의 교훈을 던져주기 때문에 설교자는 물론 청중들까지 한 주가 다 가기 전에 다 잊어버리는 설교를 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영양 만점의 효과적인 설교를 하기 위해서 절실한 것이 ‘원포인트의 설교’입니다. 지금 많은 설교자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전달하는 식단을 마련하고 싶어하는데, 문제는 딱 하나의 주제로 30분짜리 설교를 만드는 방법을 모르다 보니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가 개발한 것이 ‘원포인트의 드라마틱한 강해설교의 프레임’입니다. 이 설교는 성경 속에 묻혀 있는 최고의 핵심 메시지 하나를 추출해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감동적으로 전달하도록 하는 설교의 방식입니다. 이 설교의 방식이라야 한국교회가 ‘성경적이면서 효과적인 설교’(Biblical & effective)를 전달해서 성도들의 영혼에 최고의 양질의 식단을 섭취하게 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효과적인 설교를 위해 목회자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요?
설교에는 ‘설교의 내용’(Content[성경의 핵심 메시지])과 ‘설교의 형태’(Sermon[원고 작성])와 ‘설교의 전달’(Preaching)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중 실제 설교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설교의 전달’입니다. 설교의 내용도 중요하고 원고 작성도 중요하지만, 전달에 있어서 죽을 쒀버리면 소용이 없게 되니까요. 현재 설교로 유명세를 타고 있거나 부흥하는 교회 설교자들의 설교를 들어보면 대부분이 전달이 탁월한 분들입니다. 본문 내용은 좋은데 전달이 잘 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설교자들이 제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전달’(Delivery)입니다. 그런데 보수 교단의 대부분 설교자들은 설교의 전달보다는 ‘본문’과 ‘원고 작성’에 시간을 다 보냅니다. 그러다 보니 설교의 내용은 만족할 만한데, 전달에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제가 강조하는 바는 설교의 내용과 형태와 전달 이 세 가지 모두를 신경 쓰되, 그중 ‘설교의 전달’에 제일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원고 없이 설교할 수 있을 정도로 ‘설교의 시연을 많이 하라’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의 설교’를 몇 마디로 정리하자면, ‘맛있고,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설교문을 작성해서 ‘100% 암기해서 강력하게 전달하는 설교’라 할 수 있습니다.
극동방송의 이사장 김장환 목사님 평전을 집필하셨는데 계기와 과정,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세요.
김장환 목사님을 평소 존경해 왔었는데, 어느 날 ‘미래사’라고 하는 출판사 대표로부터 연락이 와서 김장환 목사님의 구순을 맞아 그분의 평전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했습니다. 어떻게 알고 연락했느냐고 물었더니, 적합한 저자를 찾기 위해서 생명의말씀사와 두란노의 편집장들에게 문의했더니 두 분이 모두 저를 지목했다고 해요. 그렇게 ‘김장환 목사 평전’을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책 집필을 위해 60명에 가까운 김 목사님 지인들과의 인터뷰를 실시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너무 행복했습니다. 인터뷰하는 동안 1/4에 해당하는 김 목사님 지인들이 울면서 그분에 대한 장점들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인터뷰의 결과는 물론이요, 책 집필을 완성한 결과 김장환 목사님이 평소 제가 생각하던 존경스런 분 정도가 아니라, 기독교 역사상 위대한 인물의 반열에 속하는 거장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시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설교를 여러 차례 통역한 바 있으셨던 송용필 목사님이 김장환 목사님을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하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장환 목사님은 빌리 그래함 목사님보다 더 위대한 분입니다.” ‘김장환 목사’라는 이 시대의 거목이자 큰 바위 얼굴되신 분의 평전을 집필한 일도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그분이 우리의 생각과 기대를 넘어서는 역사적인 인물임을 파악하게 된 것은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기도제목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이제 3년 후면 전임 교수의 자리에서 은퇴하게 됩니다. 은퇴 후에는 할 일이 더 많아질 것같습니다. ‘설교세미나’, ‘성경세미나’, ‘개인 책 집필’과 ‘자서전 및 평전 집필’, 그리고 ‘기독교 유적지 탐방’ 등 신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전에 교회를 맡아서 매주 설교할 길이 생긴다면 제가 원하는 소원은 다 이루는 셈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남은 사역을 위해 ‘특별한 건강’이 필요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주신 사명 잘 감당하다가 주님 나라 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담. 노승빈 (세계투데이 주필, 백석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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