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산업사회 최고의 악은 빈곤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의 부재, 즉 자기 주도의 기회와 인간 삶의 물질적 조건들을 통제할 수 있는 기회의 부재이다. 이것이 빈곤을 낳는데, 희망 없음, 무책임, 무모함을 낳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산업혁명과 인클로저의 교훈이다. 사람들에게 가난하지 않을 수 있는 의지를 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보다도 그들의 삶이 의존하는 물질적 조건들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그들에게 줘야, 즉 그들을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1. 비망록, 60쪽)
탁월한 인품과 흐트러짐 없는 헌신의 삶으로 영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사회 이론가이자 활동가이자 기독교 본연의 사랑 정신을 현실 사회의 구조와 경제에 적용하려 평생을 바친 기독교 도덕 운동가인 R. H. 토니. 그의 대표 저작 중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중요한 글을 모아 엮은 책 ‘탐욕사회와 기독교정신’이 출간됐다.
이 책은 30대 청년 토니가 사회 구조의 모순에 대해 고뇌한 ‘비망록’, 더 많은 부와 권력 획득을 향한 탐욕이 산업을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 문제를 고찰한다. 산업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릴 절박한 필요성과 원칙을 공유하는 ‘탐욕사회,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해 심도 있게 논했다.
특히 자본주의의 병폐가 종교개혁의 본질을 훼손시킨 점을 간과했음을 비판하고, 사람들의 두려움과 부담을 없애주어 그들에게 공공복지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구체적 자유에 대해 논의하며 하이에크식 자유주의를 비판한 ’문제는 자유다‘를 실었다.
저자 리처드 헨리 토니는 자본주의 종주국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세계에 군림하던 시대에 태어났다. 자기 조국이 누리던 위세의 화려함 이면에 존재하는 극심한 사회 모순의 근본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데 평생을 바쳤다.
좁쌀한알은 서평에서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관계에 관해서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R. H. 토니는 이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다. 그는 막스 베버 저서의 영문판 서문을 썼는데, 이 자리에서 베버를 혹독하게 비판한다. 종교개혁 정신이 자본주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기독교 윤리를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R. H. 토니는 오염된 기독교 도덕을 회복시킴으로써 사회를 탐욕에서 건져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 산업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원동력을 도덕과 그 근원의 기독교 본연의 사랑 정신에서 구한다. 이러한 토니 사상의 일관성과 강직함 그리고 순결성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유제린 기자 wpfls1021@segy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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