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목회자 대부분이 차별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사례비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이들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목회자로서 자부심이 있다'고 답했다.
15일 열린 ‘탈북민 목회자와 북한 선교’ 세미나에서는 이런 내용이 담긴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북한선교연구소가 의뢰해 전국 탈북민 목회자 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현재 국내 탈북민 목회자는 200명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4%가 하나님의 부르심, 소명으로 신학을 시작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목회 훈련 과정에서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 전도사로 사역을 하고 싶어도 청빙을 받지 못하는 것이 62.5%로 가장 많았다.
교회 출석 성도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을 기준으로 했을 때 ‘30명 이하’ 혹은 ‘31~50명’이라고 답한 비율이 각각 36.6%, 26.8%였다. 대부분 자립하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150명 이상이라 답한 경우는 전체의 17.1%에 불과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컸다. 지난해 결산 금액이 ‘1000만원 미만’이었다고 답한 곳은 31.8%, ‘1000만~3000만원 미만’이었던 곳은 27.3%였다. 응답자의 53.7%는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교회가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례비의 경우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거의 못 받는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29.3%에 달했다. 게다가 부교역자를 제외한 담임 목회자만 한정했을 때는 거의 절반인 45.5%에 달했다.
탈북민 목회자 전체의 월평균 사례비는 69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중위 소득인 182만원(1인 가구 기준)에 못 미친다.
담임 목회자 5명 중 4명은 ‘본인 주도 개척’을 통해 현 교회에서 시무하게 된 경우였다. 탈북민 목회자는 기존 교회에 청빙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탈북민 무임 목회자 8명에게 사역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을 때 절반은 ‘마땅한 사역지가 없어서’ 혹은 ‘청빙을 받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이밖에 탈북민 출신 탓에 목회를 시작한 뒤에도 불이익을 받았는지 물었을 때 ‘있다’고 답한 비율이 29.3%로 나타났다.
그러나 목회자로서의 자부심을 물었을 때는 ‘매우 있다’ ‘약간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72.5%, 27.5%였다. 고된 환경에서도 대부분 큰 자부심을 갖고 활동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통일 이후 북한에서 목회할 의향을 물었을 때는 96.1%가 ‘매우 있다’고 답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청빙을 받아서 목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결국 본인이 주도해서 개척을 하는 경우가 80% 넘게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투데이=김산 기자 snae@segy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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