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강묵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 인터뷰 “비자는 입국의 문을 열지만, 머물 이유는 지역사회가 만듭니다”

한상옥 기자 한상옥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4 20: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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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증서 수여식에 지역사회 참여 확대… 산업도시 울산에서 시작한 지역 중심 사회통합의 새로운 시도

(울산 세계투데이) Q1. 지난 20일 경주에서 국적증서 수여식을 개최하였습니다. 경주에서 국적증서 수여식을 개최한 이유가 있습니까?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울산광역시와 경주시를 함께 관할합니다. 올해 9월까지 아홉 차례의 수여식을 울산에서 개최했고, 이번에는 경주에서 7개국 출신 18명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합니다. 국적은 국가가 부여하지만, 국민의 삶은 지역에서 이루어집니다. 국적행정의 현장을 국민의 삶 가까이 옮기고, 지역사회가 새로운 국민을 함께 맞이하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 길강묵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

Q2. 금년 국적증서 수여식의 운영 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주었다고 들었습니다.
국적증서를 전달하는 국적 행사에서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환영의 장으로 바꾸고자 했습니다. 우수인재의 특별귀화는 졸업한 학교에서, 세계인의 날에는 울산과학대학교·신경주대학교 등 지역 대학과 협력했습니다. 울산해양경찰서와도 수여식을 함께 마련했습니다. 새로운 국민을 맞이하는 일이 국가기관만의 행사가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일상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Q3. 특히 6월 군부대에서의 국적증서 수여식과 8월 독립유공자 후손이 함께한 행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6월에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군부대에서 수여식을 열고 군악대의 축하연주를 마련했습니다. 8월에는 이여락 독립유공자 후손을 초청해 대한민국의 역사와 국적 취득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습니다. 이여락 선생님(1876∼1920년)은 일제강점기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현에서 국민회원(國民會員)으로 군자금을 모집하고 통신·첩보 등 활동을 하던 중 일본군에게 붙잡혀 순국하셨습니다. 독립유공자 후손의 이야기를 듣고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겠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국적증서는 국민이 되는 증서이지만, 역사에 대한 이해와 공동체의 책임은 국민으로 살아가는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Q4. 문화공연과 지역탐방 등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울산문화재단과 협력한 축하공연, 7월과 9월의 지역탐방도 같은 취지입니다. 새로운 국민들이 지역의 문화와 사람을 만나고, 울산시민이 이들의 출발을 함께 축하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지역을 알아가는 것은 정착의 시작이고, 지역주민의 환대는 소속감의 출발점입니다. 사회통합은 강의실보다 일상의 관계 속에서 더욱 깊어집니다.

Q5. 국가의 이민행정에 지역사회의 참여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비자는 사람을 들어오게 하지만, 머물 이유는 지역사회가 만듭니다. 일자리와 교육, 이웃과의 관계,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은 모두 지역의 일상에서 형성됩니다. “로버트 퍼트넘은 서로 다른 집단을 연결하는 신뢰와 관계를 ‘가교형 사회자본(Bridging Social Capital)’으로 설명했습니다.” 사회통합은 이민자만의 적응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상호 적응입니다. 국가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지역사회는 함께 살아갈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Q6. 산업도시 울산에 이러한 지역 중심 이민행정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울산은 산업현장의 인력 수요와 인구구조의 변화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도시입니다. 외국인 주민은 이미 산업과 지역경제의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그러나 이들을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는 수단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이제 이민정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데려올 것인가'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인재를 확보하는 경쟁력 못지않게 머물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역량이 중요합니다.

Q7. 귀화자의 국민 정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국민의 정체성은 혈통이나 출신만으로 형성되지 않습니다. 철학자 하버마스의 '헌법적 애국심'처럼 자유·민주주의·인권이라는 공동의 가치도 중요합니다. 이번 경주 수여식에서 한복을 입는 것도 과거의 문화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삶을 더하는 상징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공동의 가치를 지켜가는 것, 그것이 성숙한 사회통합입니다.

Q8. 선발 이민국가들의 경험에 비추어 한국형 이민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까?
캐나다는 이민을 성장동력으로 활용했지만 주거와 공공서비스의 부담에 직면했고, 독일은 인력 확보와 함께 언어·노동시장 통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민의 성패는 유치 규모뿐 아니라 사회의 수용과 통합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역시 이민의 문은 국익에 맞게 열고, 질서는 원칙 있게 지키며, 정착의 길은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Q9. 끝으로 우리 국민과 새롭게 대한민국 국민이 된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오늘의 대한민국은 독립의 희생, 전쟁과 안보의 시련, 산업화의 땀과 민주화의 열망으로 이룬 나라입니다. 울산 역시 그 역사의 중심에서 산업화를 이끌어 온 도시입니다. 그 역사를 자긍심으로 삼고, 자유·평등·인권·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함께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국민의 꿈이 울산과 대한민국의 미래로 이어지도록 지역사회가 함께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세계투데이 / 한상옥 기자 san919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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