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세찬 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은 원천 기술을 가진 선진국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후발주자 사이에 '넛 크래커(nut-cracker·낀 처지)가 될 위기에 몰렸다. 북핵, 중동 불안, 미·중 무역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는 이런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에겐 선진국 등의 '밑그림'을 받아 사업하던 선대 창업자의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비바람을 헤쳐나가기 위해 주요 그룹 총수는 직접 밑그림을 그리며 변신 몸부림을 하고 있다. 조직 문화부터 사업 방식까지 확 바꾸고 있다.
‘제2의 창업’하는 심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창업자의 2~4세인 대기업 총수의 바뀐 리더십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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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광모 ㈜LG 대표. ⓒLG |
구광모(41) ㈜LG 대표가 국내외 임직원 22만명의 LG를 이끌게 된 지 1년 5개월이 지났다. 재계에선 그 이후 LG가 보인 변화의 모습에 놀라고 있지만, 정작 LG 내부에선 본격적인 변화는 이제 시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례 없는 위기에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해주십시오.”
지난 9월 구 대표가 사장단 워크숍에서 이런 발언을 하자 LG 안팎에선 여느 총수가 하는 위기 강조 발언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받아들였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LG전자 MC사업본부는 올해 3분기(7~9월)까지 18분기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순차입금(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금액)만 10조59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의 연간 이자비용만 3500억원이다.
더 큰 위기감은 LG화학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 등 LG의 미래를 짊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미래 사업들이 순탄치 않아서 감지된다. LG디스플레이는 저가 LCD 패널 밀어내기를 하는 중국 업체들에 덜미를 잡혔고,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역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 중국 CATL이 세계 1위로 최근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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