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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게티이미지. |
[세계투데이 = 김산 기자]
# "수요는 늘어나는데... 대책 없는 원자재 원가 상승에 2000여곳의 영세한 박스제작 업체가 줄 도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대형 제지업체들의 골판지 값 인상에 연쇄 도산을 우려하는 영세 박스업체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나섰다. 26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의 A 임원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사건의 발단은 대형 제지업체의 화제에서 비롯됐다. 지난 12일 골판지 원지(원재료)생산 업체 대양제지의 경기 안산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공장을 전소시킨 화마는 골판지 원지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대양제지가 생산하는 원지 물량은 월 3만t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골판지 업계 3대 대형 업체 중 하나인 대양제지 공장의 화제로 원자재 수습에 불균형이 일자 태림페이퍼와 아진피엔피 등 나머지 업체들이 "수급 불안정"을 이유로 일제히 원지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이들 업체는 최근 골판지 원단 가격 25% 인상을 업계에 통보한 상태다.
A 임원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경제 상황이 비상인 상황에서 일방적인 원가 인상은 영세 업체가 95% 이상을 차지하는 골판지 제작업계에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갑작스런 이번 원가 인상에 대해 "상생과 협력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신들(제지사)의 적자보전 만을 주장하며 일방 통행하는 건 수 십년 이어온 상도덕상 말이 안된다는 게 A 임원의 주장이다.
시장을 지배하는 독과점도 꼬집었다. 그는 "일부 대형 제지업체가 원자재 판매 뿐 아니라 골판지종이와 원단, 골판지박스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대책없는 원가 인상은 가격 경쟁력이 없는 영세 공장들에겐 줄도산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화재로 전소 된 대양제지는 국내 골판지 원지 생산의 약 7~8%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태림페이퍼와 아진피엔피, 한국수출포장, 고려제지 등 5~6개 회사가 국내 전체 원지 생산의 70~80%를 도맡고 있다.
수입도 원활치 않을 전망이다. A 임원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대체 물량 수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수입이 가능한 분량은 1000t 이하에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현지 물량 파악과 수급 일정 등을 고려하면 받을 수 있는 형편도 못 된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1000t 규모는 대양제지의 월 생산 물량이 약 3만톤이란 점으로 볼 때 코로나19 영향으로 크게 늘어난 국내 배송 시장에 납품해야 하는 기본적인 골판지 박스 분양에도 턱 없이 부족한 양이라는 게 A 임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원지 제작업체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수 이상의 원지 제작업체 관계자를 통해 확인 한 결과 "이번 인상은 고질적인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심화 된 수급불균형 문제를 본질적으로 개선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산 기자 snae@segy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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