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서정희 작가 성경필사 | 서정희 제공 |
성경 필사는 단순히 말씀을 베껴 쓰는 일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눈으로 읽고, 손으로 새기며, 마음에 심는 영적인 훈련이다. 마음이 게으럽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일수록 더욱 자리에 앉아야 한다. 습관을 따라 말씀 앞에 앉는 순간, 사각사각 펜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와 함께 굳어 있던 마음도 조금씩, 천천히 풀리기 시작한다.
예수님께서는 "습관을 따라" 기도하러 가셨다(누가복음 22:39). 우리도 습관을 따라 성경을 펼치고 말씀을 필사할 때,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도 말씀이 우리의 생각을 이끌어 간다. 한 글자, 한 단어를 정성껏 써 내려가는 동안 분주했던 마음은 고요히 가라앉고, 흐릿했던 시선은 점점 선명해진다.
성경을 필사하면 삶의 해상도가 달라진다. 예전에는 지나쳤던 말씀 한 구절이 어느 날 깊이 다가오고, 하나님의 마음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말씀을 반복해서 쓰고 읽는 과정 속에서 기억은 깊어지고, 깨달음은 삶으로 이어진다. 필사는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을 내 기억 속에 옮기는 작업이며, 그 말씀이 내 삶을 움직이는 생명력이 되는 과정이다.
좋은 글이 사랑에서 시작되듯, 성경 필사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오래 기억하듯, 하나님의 말씀도 반복해서 쓰고 묵상할수록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무심히 읽고 지나갔던 구절도 다시 쓰다 보면 새로운 은혜를 발견하고, 한 단어에 오래 머물며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필사의 힘이며 묵상의 시작이다.
우리가 쓰는 글은 대부분 '나'로 시작해 '나'로 끝난다. 그러나 성경을 필사하면 시선이 나에게서 하나님께로 옮겨진다. 내 생각과 감정에 머물던 마음이 하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하나님의 세계는 무한히 넓고 풍성하기에, 말씀 안에 머무를수록 생각은 깊어지고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성경 필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순종이다. 하루 한 장, 하루 한 구절이라도 꾸준히 써 내려갈 때 말씀이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그 말씀이 삶의 방향을 바꾸어 간다. 사각사각 이어지는 작은 필사의 습관은 어느새 기도가 되고, 묵상이 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시간이 된다.
오늘도 말씀을 따라 한 글자씩 써 내려가 보자. 손은 말씀을 기록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말씀을 우리의 마음에 기록하신다. 성경 필사는 종이에 글자를 남기는 일이 아니라, 영혼에 하나님의 말씀을 새기는 가장 아름다운 믿음의 습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