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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가로프 한인침례교회 최봉수 원로목사 |
슈가로프 한인침례교회에서의 은퇴 이후, 현재까지의 삶과 사역의 변화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4년 9월말로 슈가로프한인교회에서의 담임목회 사역을 마무리했으니까 이제 약 15개월이 되어가네요. 가장 두드러진 사역의 변화라면 지난 22년 간의 루틴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앞에 놓인 목양 사역을 한 주 단위로 22년을 정신없이 달려왔고, 헤아릴 수 없는 주님의 은혜에 쌓여 살다가 은퇴했으니, 사실 아직까지도 이 변화에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겠습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지만, 어떤 때는 긴 휴가 혹은 안식년을 보내는 느낌이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는 사역은 다르지만 여전히 분주한 삶을 살고 있고요, 신학교에서 또 다른 차원의 목회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랜 이민교회 목회를 마무리하시고 다시 신학교 현장으로 들어가신 특별한 계기나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는지요?
신학교 사역은 이미 13년째 해 오고 있는 사역입니다. 학교 사역은 전혀 저의 의도나 노력의 결과가 아니고, 뜻하지 않게 찾아온 사역이었습니다. 아내가 희귀암인 육종암 판정을 받고 이런 저런 건강상의 문제로 많이 힘들어 할 때, 어느 한 순간 저 자신이 아니라 아내를 제물삼아 바치면서 목회를 하려고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목회를 내려놓으려 할 때, 하나님께서는 신학교 사역의 길을 열어 주시면서 동시에 아내의 병도 고쳐 주셨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신학교 사역을 맡게 되었는데요,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일이 생각납니다. 인터뷰하시는 총장님께 ‘제가 지금 총장님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제 마음은 교회 성도들에게 있는데, 왜 제가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말씀을 드렸거든요. 지금도 가슴이 울컥해지는 것은, 그 말씀을 들으시던 총장님이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그런 마음으로 신학생들을 목회하듯 후학을 양성해달라, 양들을 생각하는 그런 목사들을 양성해달라’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은 학교 사역을 하기로 결정하는데 큰 계기가 되었고, 그런 마음으로 지금까지 학교 사역을 해오고 있습니다. 주님의 전적인 은혜입니다.
슈가로프 한인침례교회 사역을 돌아보실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목회적 전환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제가 열 일곱 살에 부름 받았을 때부터 목회에 대한 소명으로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오면서 소명에 대한 위기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주님의 한없으신 은혜입니다. 첫 담임목회를 학위 공부와 함께 시작했고 학업을 위해 잠시 목회를 내려놓고 학업에 전념하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목회 사역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제 안에 쌓아 주셨고, 그 힘으로 열심히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순간이 소중했고 많은 기억들이 있지만, 지금도 제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는 것은, 젊디 젊은 나이의 교우들을 주님 품에 떠나 보낸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이민 사회의 특성 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 있는 믿음 공동체에 주님의 평화가 가득하기를 원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교회가 하나되기를 힘쓰는 목회를 하자고 주님 앞에서 아내와 제가 늘 다짐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모든 목회자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교우들이 믿음의 줄을 놓지 않기를 위해 애쓰던 일들을 되돌아보면, 어떻게 그 일들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주님의 은혜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지금도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리고 목회적 전환점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현재의 장소에 본관과 교육관을 건축한 직후부터 발생한 수적 성장의 도전 앞에서 교회의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교우들과 공유하고자 힘썼던 기억도 나고, 지역사회를 향한 사랑 실천과 Next Gen을 세워 독립시키고자 애썼던 일도 생각이 납니다. 22년 동안 한 마음으로 한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목숨만큼 소중한 가치로 여겼고, 지역 사회의 아픔과 필요를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품고자 했던 일, 그리고 다음 세대를 독립된 공동체로, 그러면서도 함께 동행하는 동역자 관계로 세우고자 고민하고 함께 풀어나가던 일들은 지금도 잘했다고 여겨집니다.
현재 섬기고 계신 뉴올리언스 신학대학 한국어부 디렉터로서 주요 역할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신학교에서의 제 역할은 신학생들을 향한 또 다른 목양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숙한 영성과 지성과 인성을 갖춘 교회 리더로서 준비되어 가는 일에 적으나마 도움을 드리는 일이 저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믿습니다. 지식 전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로 함께 세워져 가도록 도전하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믿습니다. 업무적으로 말씀을 드린다면, 저의 역할은 한국어부 학생들의 입학상담에서부터 졸업할 때까지의 모든 업무에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메인 캠퍼스의 커리큘럼에 맞춰 한국어부 강의 일정을 작성하고 관리하는 역할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지요.
감사한 것은 뉴올리언스 신학교의 틀 안에 머물러 있지만, 신학 훈련은 모국어로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학교의 교육 철학 하에서 상당히 융통성있게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어부에는 학사 (BA), 준학사 (AA), 대학 수료 (College Certificate)과정, 목회학 석사 (M.Div), 목회학 기독교교육 석사 (Christian Education in MDiv Specialization)과정, 그리고 한국어 목회학 박사 (D. Min)과정이 있습니다. 특기할 점은 모든 과정이 100% 한국어로 제공되지만, 모든 학점과 학위는 영어부와 동일하게 인정받는다는 점입니다. 오프라인 수업은 물론이고 온라인 실시간 혹은 온라인 녹화 강의 영상을 통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민 목회 현장 경험이 신학교에서의 한국어권 신학생 교육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십니까?
글쎄요. 나쁜 영향을 주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오직 성령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사랑하고 겸손히 동행하면서 지상대사명을 수행해가는 일꾼들이 배출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다만 목회의 여정을 조금 먼저 걸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도 하고 때론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주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지금의 한국어 신학교육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며, 이를 위한 대안이나 방향이 있으신 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학교육 현장에는 어느 시대에나 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위기는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의 거룩성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정체성을 고집하는 열정을 잃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교회가 붙잡아야 할 가치와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 사이의 구분이 점점 희박해져가는 이 시대에 교회의 본질을 21세기 삶의 정황 속에서 제시하는 용기 있는 리더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영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인성에 있어서 실력 있는 리더가 양성되고 헝그리 정신을 회복하는 것도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의 위기 중 또 하나를 든다면 다음 세대의 사역자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웬만한 교회에서는 부사역자 모시는 것조차 엄두도 못 내는 현실이다 보니 사역의 공백이 점점 커지고 가장 심각한 것은 어린이 사역과 청소년 사역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소도시 이민교회들이 가진 공통점일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교회의 신실한 교인들을 교회가 리더로 키우는 것입니다. 주님을 사랑하고 본인의 교회를 사랑하고 영혼을 사랑하는 분들을 교회에서는 전략적으로 세워드리는 것이 시대적인 요청이라고 믿습니다. 요즘은 온라인을 통한 신학교육도 이전 같지 않게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화해서 좋은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은퇴 이후에도 계속해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사역을 이어가고 계신데, 목사님 개인적으로 느끼시는 사명감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부르심을 받고 사역의 첫 걸음을 때던 때가 1976년입니다. 비록 지역교회의 목회 사역에서 정년 퇴임을 했지만,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사역에는 은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님께서 세우시고 맡겨 주신 일이 무엇이건 착하고 충성된 청지기로서의 삶은 계속되어야 하겠지요. 참 감사한 것은 신학교에서 교회의 리더를 훈련하는 사역을 하도록 허락해 주신 것입니다.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군사를 양성하는 사역을 했다면 이제는 그리스도의 군사들을 양성하는 장교들을 양성하는 사역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그런 거룩한 부담감이 있고, 그런 마음으로 또 다른 차원의 목회를 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저희 뉴올리언스 신학대학 대학원의 사명 선언문이 “그리스도와 동행하고, 그 분의 진리를 선포하고, 그 분의 사명을 완수할 종들을 준비한다”인데, 이런 종들을 통해 교회가 건강해지고 건강한 교회를 통해 세상이 변화되어가는 것이 저에게 주신 사명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민교회 차세대 목회자와 신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나눠주세요.
이민교회 목회자들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경받아야 할 분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미자립 이민교회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은 정말 귀한 분들이십니다. 저도 이민자로 미국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민의 삶과 이민목회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비해 미국이라는 나라는 누가 뭐래도 여전히 기회의 땅이거든요. 육신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목회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는데, 열악한 조건을 무릅쓰고 소명 붙잡고 사역에 온전히 헌신하신 분들이잖아요. 교회의 양적 규모가 작을수록 상황은 더욱 힘들고요. 외람되지만 이민교회 차세대 목사님들과 사모님들께 몇가지 말씀을 드린다면 첫째,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라는 것, 둘째, 이념 싸움으로 갈기갈기 찢겨진 인간세상과 교회를 진리의 말씀과 성령의 능력 그리고 사랑으로 치유하기에 전념하시라는 것, 그리고 무익하고 불충한 우리를 불러 주님의 종으로 세워주신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사역에 임하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하는데, 녹 쓸어서 쓸모없게 되는 것보다 닳아서 쓸모없게 될 때까지 죽도록 충성하시라고 격려해드리고 싶습니다. 섬기시는 성도들이 장차 주님 앞에서 우리의 소망, 우리의 기쁨, 우리의 자랑의 면류관, 우리의 영광이 될 것이니까요.
대담 노승빈 (세계투데이 주필, 백석대 교수)·정리 임지희 (포드 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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