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덮친‘신앙 열풍’

노승빈 기자 노승빈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7 10: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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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서 울려 퍼지는 예수 이야기
▲ 인스타그램 ballersingod 스크린 캡쳐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인 프리미어리그(EPL) 내에서 선수들이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이른바 ‘부흥’의 물결이 일고 있다. 치열한 승부처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선수가 환호하는 관중 앞에서 손가락으로 십자가를 만들며 “나의 하나님(My God)!”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는가 하면, 매 경기 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성경 구절을 공유하며 자신의 신앙을 팬들과 소통하는 선수들도 늘고 있다. 이적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도 경기 전 목회자와 함께 기도하며 평정심을 유지하고, 팀을 떠나는 순간까지 광고를 통해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등 신앙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차별화된 품격’은 단순한 제스처를 넘어 리그 전체에 신선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프리미어 크리스채너티(Premier Christianity)에 따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아스널의 에베레치 에제(Eberechi Eze)와 율리엔 팀버(Jurrien Timber), 그리고 최근 AFC 본머스(AFC Bournemouth) 축구 클럽 중 맨체스터 시티(Manchester City)로 이적한 앙투안 세메뇨(Antoine Semenyo)는 현재 프리미어리그를 휩쓸며 스포츠계 화제로 떠오른 대표적 기독교 축구 선수들이다.

이들은 단순히 습관적으로 가슴에 십자가를 긋거나 하늘을 가리키는 모호한 제스처를 넘어, 세계 최대 축구 리그 중심에서 예수를 신앙의 핵심으로 두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과거 토트넘 홋스퍼(Tottenham Hotspur)의 유망주였던 존 보스톡(John Bostock)은 2015년 프로 축구선수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했다. ‘볼러스 인 갓(Ballers in God)’이라 불리는 이 모임은 보스톡이 벨기에에서 활동하던 시절, 다른 기독교인 선수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선가 변화가 일어나 유명 선수들이 이 사역과 인스타그램 계정(@BallersinGod)을 접하기 시작했고, 거대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매체에 따르면, 현재 ‘볼러스 인 갓’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는 75만 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 사역의 진정한 핵심은 리그의 계급이나 클럽 간의 라이벌 관계를 초월한 기독교인 선수들 사이의 네트워크이다.

선수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만나 기도와 수련회, 성경 공부를 함께한다. 이름뿐인 기독교인에서 헌신적인 신앙인으로 거듭나는 전도와 제자 양육 역시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보스톡은 이 과정에서 동료들이 개종하고 세례 받은 이야기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스포츠 채플린시 네트워크(Sports Chaplaincy Network)’는 구단 차원에서 선수들에게 기독교적 지원과 조언을 제공한다. 이러한 여러 사역이 맞물려 선수들이 예수에 대한 신앙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우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형성됐다.

그러나 프리미어 크리스채너티는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2023년 레이턴 오리엔트(Leyton Orient) 축구 클럽은 기독교인 선수들의 영향으로 3부 리그로 승격된 것을 축하하며 예배 곡 ‘올드 처치 베이스먼트(Old church basement)’를 부르는 영상을 공유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시즌 크리스탈 팰리스(Crystal Palace)는 1군 팀의 과반수가 기독교인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들의 단합력을 바탕으로 예상치 못한 FA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매체에 따르면, 2025·26 시즌에 들어서면서 축구계에서 신앙 표현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리그의 주요 명문 구단들 상당수가 공개적으로 신앙을 드러내는 선수들을 핵심 축으로 두고 있다. 리버풀(Liverpool)에서는 브라질 출신 골키퍼 알리송 베커(Alisson Becker)와 공격수 코디 각포(Cody Gakpo)가 대표적인 신앙인으로 꼽히며, 알리송은 과거 동료이자 현재는 목사인 호베르투 피르미누(Roberto Firmino)에게 세례를 베푼 것으로 유명하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새로 합류한 마크 게히(Marc Guéhi)와 세메뇨가 윙어 제레미 도쿠(Jeremy Doku)와 함께 신앙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왜 프리미어리그 팀들 사이에서 기독교적 부흥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주제는 예수에게 관심이 없더라도 흥미로운 주제이다. 아스널 감독은 ‘하나님은 아스널의 편인가?’라는 질문도 받았다. 이와 비슷한 질문에 존 보스톡은 자신의 관점이 바뀌었다면서, “과거에는 내가 하나님을 경외하면 하나님이 나를 축복하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축복하시지만, 그 축복은 패배의 모습일 수도 있다. 역사상 가장 축복받은 순간은 십자가였지만, 당시에는 승리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은 타 종교와의 공존이다. 현재의 담대한 기독교인 선수들은 무슬림 동료들과 잘 공존하면서도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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