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디 여사의 파이로 표현된
사랑을 스크린에 담다

이번 〈파이 굽는 엄마〉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엄마’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이 소재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8년에 출간된 김요한 목사님의 ‘파이 굽는 엄마’를 읽고, 두 모자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엄마의 일상과 즐겨 사용했던 물건들에 담긴 의미를 섬세하게 끌어내는 김요한 목사님의 시선이 책을 읽는 내내 소소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선교사로 평생을 헌신한 어머니와 그 뒤를 따라 목회자의 길을 걸어온 아들이 함께 보여주는 참 그리스도인의 면모가 저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처음 제작을 제안하고 거의 1년이 지났을 무렵, 김요한 목사님으로부터 뜻밖에 메일이 왔습니다. 제 제안을 기억하고 계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저의 제안 이후 트루디 여사님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셔서,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이 촬영 결정에 이르게 한 것이었습니다.
감독님이 곁에서 지켜본 트루디 여사는 어떤 분이셨나요? 카메라에 담긴 그녀의 모습 중 가장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그녀만의 빛’은 무엇이었나요?
촬영 당시 여사님은 이미 두 차례의 항암 치료를 받으신 뒤였고, 치매까지 겹쳐 일상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셔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손수 파이를 구우시고 아이들을 돌보시던 분이, 이제는 거실 양지바른 곳에서 휠체어에 앉아 계셔야 했습니다.
그런 중에도 여사님은 항상 무릎 위에 커다란 성경책을 펼쳐 놓고 계셨습니다. 평생을 말씀 안에서 살아오신 분의 자세가 치매 중에도 몸에 그대로 배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서 저는 진한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그녀만의 빛’이었습니다. 강요가 아닌 습관으로, 의무가 아닌 사랑으로 쌓인 60년의 신앙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온 ‘거꾸로 된 이민자’ 트루디 여사의 삶은 미주 한인 독자들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낯선 땅에서 60년을 살며 그녀가 끝까지 붙들었던 신앙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여사님께서 늘 말씀하시던 ‘심어진 곳에서 꽃을 피우라’는 고백이 핵심입니다. 돌밭이건 가시밭이건, 심겨진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겠다는 삶의 자세가 트루디 여사님의 본질이라고 여겨집니다.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랑꾼’의 면모입니다. 지금도 ‘왜 한국에 오셨냐’는 질문에 ‘미남 따라 왔다’고 웃으시는 분입니다. 남편에 대한 사랑, 하나님에 대한 사랑, 말씀에 대한 사랑, 자녀에 대한 사랑, 장애인과 어린이에 대한 사랑, 이 모든 것이 트루디 여사님을 사랑꾼이라 부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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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파이 굽는 엄마'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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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파이 굽는 엄마'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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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파이 굽는 엄마' 스틸컷 |
영화 제목이기도 한 ‘파이’는 트루디 여사에게 단순한 음식을 넘어 어떤 의미였을까요? 장애인 통합교육, 교도소 봉사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해온 그녀의 삶을 담으며 감독님께서 개인적으로 도전받은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독교인에 대한 세상의 비판과 실망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시대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신앙인들이 ‘과연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루디 여사님의 파이는 두 가지를 상징합니다. 첫째, 파이는 나눔의 상징이자 상생의 상징입니다. 파이 판매 수익금은 전액 장애인 교육에 사용되고 있고, 파이를 굽는 현장에는 함께 성장한 장애인들이 더불어 일하고 있습니다. 둘째, 약간의 언어 유희이기도 하지만, ‘파이’는 수학의 원주율 π(파이)와 발음이 같습니다. 무한히 이어지는 원주율처럼, 트루디 여사님의 사랑 역시 끝이 없습니다. 이 영화는 그 무한한 사랑의 기록입니다.
김요한 목사님이 어머니의 마지막 페이지를 기록해가는 과정이 무척 감동적입니다. 촬영 중 모자(母子) 사이에서 흐르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두분이 함께 있는 모든 장면이 아름다웠습니다. 어머니 곁에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발을 주무르는 모습, 성경 말씀을 읽어드리는 모습, 무뚝뚝한 아들인 저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어머니를 웃게 해드리려고 외발자전거 타기를 몰래 연습하셔서 어머니 앞에서 선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어렵기로 소문난 외발자전거를, 오직 어머니의 미소 하나를 위해 땀 흘려 익히셨다니, 그 장면을 보며 ‘참 효자시구나’ 하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감독님의 앞으로의 계획과 기도제목을 말씀해주세요.
‘파이 굽는 엄마’가 가족 간의 사랑, 특히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트루디 여사님과 김요한 목사님이 보여주신 ‘믿는 사람의 선한 모습’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를 소망합니다.
기도제목은 이것입니다. 이 영화가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히 닿기를, 그리고 저 자신도 카메라 밖에서 트루디 여사님처럼 심겨진 자리에서 꽃을 피우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그것이 가장 간절하고 어려운 기도입니다.
미주 지역의 한인 성도들에게 신앙의 격려 메시지와 좋아하시는 성경 구절을 나누어 주세요.
트루디 여사님이 척박했던 한국 땅에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셨듯이, 미주 지역의 동포 성도 여러분도 이민이라는 낯선 땅에서 신앙의 본보기로 세상의 빛이 되어 주시길 소망합니다. 심겨진 자리가 힘들고 외롭더라도, 그것이 하나님이 여러분에게 허락하신 선교지임을 기억해 주십시오.
어렵고 힘든 세월이 계속되는 지금, 베드로전서 5장 7절 말씀을 함께 나눕니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베드로전서 5장 7절 아멘.
대담 노승빈 (세계투데이 주필,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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