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군인의 삶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그리는 예술가로… 조훈 작가의 ‘신앙과 예술’

노승빈 기자 노승빈 기자 / 기사승인 : 2026-05-24 21: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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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은퇴 후 조지아주 옥스퍼드에서 제2의 천직을 살아가는 조훈 작가
ㆍ 붓질 대신 하나님의 섭리처럼 스며드는 ‘AbsO 회화’와 부활의 생명을 담은 ‘미란(MiRan) 달걀 공예’
▲ 달걀을 활용한 ‘미란(MiRan)’ 공예작품 앞에서 조훈 작가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군인이자 예술가, 그리고 신앙인이라는 독특한 여정을 걸어온 이가 있다. 조훈 작가는 1953년 7월, 6.25 전쟁의 끝자락에 부산에서 태어나 1970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뒤, 미 공군 및 한미연합사령부(CFC) 자문관으로 치열한 안보의 최전선을 지켰다. 두 번의 군 관련 은퇴를 거쳐 현재 미국 조지아주 옥스퍼드에서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마음껏 펼쳐내고 있고, 작품 속에 투영된 창조의 섭리와 영적 깊이가 있다.

정치(精緻)한 규율의 삶 속에서 만난 하나님의 손길
유년 시절 초상화가였던 할머니와 청전 이상범 화백으로부터 전통 수묵화를 배우며 예술적 기틀을 다진 조 작가는 미국 이주 후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USC)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그러나 그의 청년기는 뜻밖에도 군인의 길로 이어졌다. 1980년 미 공군 입대를 시작으로 2000년 1차 은퇴, 그리고 2019년 한미연합사 자문관으로서의 2차 은퇴까지 무려 40년 가까운 세월을 군에서 보냈다. 철저한 규율과 긴장감이 요구되는 안보의 최전선에서 그를 버티게 한 것은 단연 ‘신앙’이었다. 조 작가는 격동의 이민 행로와 거친 군 생활 속에서 순간마다 개입하시고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손길을 고백하며, 신앙이 인생의 가장 견고한 버팀목이었음을 밝혔다.

AbsO 회화, 내면을 보시는 하나님과 은혜의 스며듦
조 작가가 USC 재학 시절 영국 아티스트 데릭 사우설(Derek Southall) 교수 밑에서 개발한 ‘AbsO(Abstract Oriental, 추상 동양화) 회화’ 기법은 교계 안팎의 큰 주목을 받아왔다. 여러 장의 한지를 겹치거나 구겨서 먹과 동양화 색채를 스스로 스며들게 하는 이 독창적인 기법은, 인위적인 성취보다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에 순종하는 크리스찬의 삶과 닮아있다.


“젖은 한지는 매우 Fragile(취약)하여 극도의 주의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주름과 찢어짐을 결점으로 보지 않고 예술의 일부로 수용합니다. 우리 인간의 연약함을 그대로 받아들이시고 주님의 신실한 도구로 빚어가시는 ‘토기장이 하나님’의 마음을 작업 매 순간마다 묵상하게 됩니다.” 캔버스 겉면에 색을 칠하는 서양화와 달리, 한지 깊숙이 색이 배어들어 오묘한 깊이감을 주는 AbsO 회화는 외모가 아닌 인간의 ‘중심(내면)’을 보시는 하나님의 영성을 시각적으로 대변해 준다.

‘미란(MiRan)’: 깨진 껍데기에서 부활의 소망으로
조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은 real 달걀을 활용한 ‘미란(MiRan)’ 공예다. 1997년 척추 수술 후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던 고난의 시기, 그는 절망 대신 달걀 껍데기를 붙들었다. 독일 친구들에게 나누어줄 부활절 달걀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작된 이 작업은 고난 속에서 그를 일으켜 세우신 하나님의 위로이자, 무려 1,130개의 달걀을 완성해내는 기념비적인 신앙의 여정이 되었다. 빈 달걀 껍데기를 세척하고, 구멍을 뚫어 속을 비워내고, 사포질을 거쳐 색을 입히는 정교한 ‘10단계의 공예 과정’은 기독교의 핵심 진리인 ‘거듭남’과 ‘새로운 피조물’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달걀은 생명을 상징함과 동시에, 놀라운 강인함과 깨지기 쉬운 취약함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매체입니다. 쓸모없어 버려지는 달걀 껍데기가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변화되듯, 죄로 깨어진 우리 영혼이 그리스도 안에서 어떻게 새롭게 빚어지는지 미란(MiRan)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들이 각 가정으로 입양되어 주변을 밝히는 작은 ‘그리스도의 빛’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가족의 동역, 그리고 제2의 은퇴 청지기 삶
4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묵묵히 그의 외길을 지지하며 가장 든든한 기도 동역자가 되어준 아내 미영 씨,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와 버지니아에서 훌륭하게 자라준 두 아들 조나단(엘리야)과 조슈아는 하나님이 조 작가에게 주신 가장 큰 축복이다.

이제 공직에서 완전히 은퇴하여 지하실에 마련된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즐기고, 금속 모델을 조립하며, 회화 작업을 이어가는 등 ‘풀타임 아티스트’이자 하나님 나라의 청지기로 살아가고 있는 조훈 작가. 그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고민하는 미주 한인 크리스찬들을 향해 “나이나 환경에 매이지 말고,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를 끝까지 신뢰하며 이웃에게 빛을 발하는 삶을 살아가라”는 권면의 메시지를 남겼다. 깨지기 쉬운 한지와 달걀 속에서 영원한 하늘의 섭리를 길어 올리는 그의 향후 행보에 기독교 예술계의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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