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는 '연설'이 아닌 신성한 '경험'의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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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게티이미지. |
[세계투데이 = 김산 기자] 목회자들은 다른 목사의 설교를 표절해도 될까. 목사가 다른 목사의 구절과 예시를 사용하면서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면, 자신의 생각인 듯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표절에 대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지만 목사들끼리 서로 '설교를 빌리는' 행위는 거의 전 세계적 관행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30일 글로벌 종교 통신사 RNS는 미국 테네시주 내쉬빌에 사는 콜린 리즈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리즈 씨는 본인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가 한 설교가 켄터키의 한 교회에서 한 설교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리즈 씨는 설교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고 자신의 교회 목사가 수백 개의 다른 목사의 설교를 표절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너무 당황스러웠으며 기만당한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확인 결과, 리즈 씨가 다니는 교회의 잭 스튜어트 목사는 켄터키에 있는 사우스랜드 크리스찬 교회의 설교 시리즈를 표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교회의 마크 드리스콜 목사가 시작한 10계명 관련 설교 내용과 일치했던 것이다.
문제의 잭 목사는 지난 2013년 '훔치지 말라'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드리스콜 목사의 사적인 이야기를 약간 수정한 채 자신의 이야기처럼 소개했다. 리즈 씨는 이후 스튜어트 목사에 대해 의문을 갖던 교회 원로들과 상담했고, 이에 2016년 스튜어트 목사는 아무런 사과 없이 교회를 사직했다. 또한 스튜어트 목사의 모든 설교는 웹사이트에서 삭제됐다.
RNS는 "비교 영상을 만들어 비교한 결과, 사용된 단어와 몸짓을 포함하여 두 설교가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음을 보여준다"며 "안타깝게도 스튜어트 목사는 드리스콜 목사의 설교를 참고했다는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많은 개신교도들에게 설교란 일요일 예배의 핵심이다. 또 설교는 신규 신도 유입에도 필수적이다. 미국 조사 업체 퓨 리서치가 2016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로운 교회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결정적 요인은 '설교와 환대'였다.
조사 대상자 중 83%가 자신들의 신앙 생활 결정에 있어 설교를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유사한 설교는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톰 레이너 전 라이프웨이 회장은 표절에 대해 "목사를 그만두게 하는 가장 멍청한 행위 4가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스캇 맥나잇 북부 침례 신학 대학의 교수는 RNS와의 인터뷰에서 "설교는 '연설'이 아니고 하나의 신성한 경험"이라며 "목사는 읽고, 명상하고, 연구함으로써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고, 이를 신자들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맥나잇 교수는 "다른 사람이 한 설교의 전체를 빼앗는 것은 설교 목적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스스로의 삶에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도 자신들의 행위가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상 표절이 들킬 것을 두려워하며 이를 최대한 감추려고 하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산 기자 snae@segy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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