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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부 신속대응팀, 총영사관 관계자들이 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로 향하고 있다. 2025.9.9 연합뉴스 제공 |
정부는 최근 미국 내에 파견되는 단기 숙련공의 공장 구축 및 운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기존 상용비자(B1) 제도의 탄력적 운용을 미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 B1 비자를 소지한 인력이 미국 현지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연방정부 내에서도 일관된 해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단기 파견 숙련공들의 실제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측에 현장 중심의 유연한 비자 적용을 협의 중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B1 비자를 취득한 기업인들이 미국 내 단기 파견 중 현장 구축 및 공장 셋업 등의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비자 제도 운용 방안에 대해 미국 정부와 우선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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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연합뉴스 제공 |
특히, 조현 외교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한인 기업인들의 현장 애로가 해소될 수 있도록 B1 비자 지침의 명확한 해석과 탄력적 운용을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
현행 B1 비자 세부 규정상,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미국 외 지역에서 구매한 산업 장비 또는 기계의 설치·유지보수처럼 제한된 업무 활동은 가능하다. 다만, 미국 내에서 실제 건설 작업을 직접 수행하거나 미국 기업으로부터 급여를 받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이번 정부 요청의 배경에는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업계가 B1 비자를 이용해 장비 설치, 공장 시운전 지원 등의 업무를 주한미국대사관에 공식 질의한 결과,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단속당국(ICE, HSI 등)에 의해 B1 비자 소지 인력이 제재·체포되는 사례가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처럼 미국의 이민 관련 기관이 외교 당국보다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상황에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명확하고 일관된 입장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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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5.9.6 [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 |
아울러 미국 내 반이민 정서가 여전히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 게시글을 통해 대미 투자 기업의 인력 파견상 어려움을 직접 언급하고, 관련 문제 해소를 약속한 바 있어 이 같은 분위기 변화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단기 파견 인력을 위한 별도의 비자 카테고리 신설도 검토 중이다. 최근 대미 투자가 확대되면서 수개월 단위로 잦은 공장 설치·훈련 인력 파견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적합한 전용 비자가 없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또한, 미국 내 지사가 없는 협력사 직원의 경우 현행 주재원 비자(L1) 취득이 매우 까다로운 현실에 대해서도 개선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인 전문 인력을 위한 별도 비자 쿼터(E-4) 신설 방안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당초 고학력 전문직 중심의 비자에서 숙련공까지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사실 정부는 2012년부터 ‘한국 동반자법’ 입법을 통해 E-4 비자 신설을 미국 정부 및 의회에 꾸준히 타진해 왔으나, 미국 내 반이민 정서 심화로 관련 법안의 통과는 번번이 무산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계기로, 미국 내 공장 가동 지연에 따른 현지 산업계 피해와 대미 투자 위축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트럼프 행정부 역시 비자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미국 정부 측에 보다 강력하게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정부 차원에서 세부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미국과의 협의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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