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제공
내년 정부가 일자리와 사회간접자본(SOC).연구개발(R&D) 등에 나랏돈을 집중적으로 푼다.
소득 재분배 정책을 보완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저소득층 구직자의 생계를 돕는 ‘한국형 실업부조’와 고교 무상교육에 재정 지원이 이뤄지고,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와 감염병 해결을 위해서도 예산이 풀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이하 편성지침)’을 의결했다.
편성지침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각 부처에 보내는 ‘가이드라인’으로, 각 부처는 편성지침을 토대로 짠 이듬해 예산안을 5월 말까지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의 내년 재정 운용 기조는 ▶경기 대응 ▶소득재분배 ▶혁신성장이 핵심이다.
눈에 띄는 것이 ‘경기 대응’으로, 집권 후 편성지침을 세 번째 내놓은 문재인 정부가 경기 대응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정부도 그만큼 경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정부는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을 확대하는 정책에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키로 했다. 핵심 소재.부품 산업이나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R&D.인재양성.사업재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 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취약계층의 소득 기반을 확대하는 식으로 사회 안전망도 더욱 확충한다. 내년부터 한국형 실업 부조를 도입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이 없는 근로 빈곤층을 보호한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전체 고교 2.3학년을 대상으로 무상 교육을 추진하고 저소득층 학자금 지원을 강화한다. 이른바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과 장애인 구직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노인 일자리의 질적 향상도 모색한다.
이와 함께 스마트 공장.산업단지를 보급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혁신 성장을 촉진하고 데이터.인공지능(AI).수소 경제.5세대 이동통신(5G) 등 4대 플랫폼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또한 미세먼지도 내년도 예산을 중점 투입할 항목 중 하나로 꼽힌다.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고 친환경 자동차를 확대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한국과 중국 공동으로 미세먼지 원인 연구 및 예보, 저감 조치 협력을 강화한다.
이처럼 정부가 재정 역할을 강조하면서 내년 예산은 올해 470조원 규모를 넘는 500조원 대의 ‘슈퍼 예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발표한 ‘2017∼2021년 중기 국가 재정운용계획’에 의하면, 올해 지출 규모는 470조원. 2020년 지출 증가율 7.3%를 감안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보더라도 내년 지출은 약 504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재정 여력이다. 정부가 지난해 예산을 10년 만에 최대인 9.7%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넉넉한 세수 여건이 있었으나, 올해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감소 등으로 세입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기재부도 ‘편성지침’에서 세입 여건 악화 가능성을 명시했다. 기재부는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업황 부진 및 자산시장 변동성 등 하방 요인으로 세수 증가세가 둔화할 전망”이라면서, “복지.의무지출 증가에 따라 재정운영 경직성이 높아지고,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 투자 필요성도 확대되고 있다.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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