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더핑크퐁컴퍼니 '아기상어'가 미국 추수감사절 축제에 참여한 모습. 사진=더핑크퐁컴퍼니
2023년 더핑크퐁컴퍼니 '아기상어'가 미국 추수감사절 축제에 참여한 모습. 사진=더핑크퐁컴퍼니
"후크송은 언젠가 뜬다"

글로벌 동요 및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난 '아기상어'는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의 이런 확신에서 시작했다. 2010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영유아층을 겨냥한 캐릭터 제작에 본격 뛰어들었을 때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아기상어도 시작은 순탄치는 않았다. 경찰차송과 과학송, 인체송 등 후크송을 응용해 만들어 낸 동요만 수백가지에 달했다. 소위 '메가 히트곡'으로 거듭나진 않았지만, 반복적인 음색이 특징인 후크송은 남녀노소에게 통한다는 김 대표의 생각은 변함없었다. 그는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전 세계로 뻗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 사진=이솔 기자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 사진=이솔 기자
아기상어가 구체화된 건 2015년 바다 동물을 응용한 동요 시리즈를 만들면서다.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2년 후 인도네시아에서 영상에 발맞춰 노래와 춤을 따라 하는 '베이비 샤크 챌린지'로 인기몰이를 했다. 이후 동남아와 영국, 미국 등을 거쳐 아기상어는 전 세계 사람들이 따라 하는 밈(meme)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회사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김 대표는 "회사 이름이기도 한 핑크퐁을 좀 더 키우고 싶었고, 핑크퐁 시리즈 중 하나로 아기상어를 다루는 방안도 검토했다"며 "아기상어가 전 세계 인기를 휩쓸면서 별도의 IP(지식재산권)로 나누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성공 방정식' 따른 핑크퐁·'인간' 캐릭터 묘미 살린 베베핀

아기상어의 성공은 회사의 이름이기도 한 여우 캐릭터 '핑크퐁'이 뒷받침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2010년대 초 책에 동봉된 CD로 주로 팔리던 동요에 뮤직비디오를 입히자는 게 캐릭터를 만든 계기였다.

첫 캐릭터인 만큼 기획부터 철저했다. 창업을 하기 전 넥슨에서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의 캐릭터 어떻게 성공시키는지를 배운 게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분홍색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인기를 끈다는 점을 적용하고자 했다"며 "일본 캐릭터 헬로키티 등 대중적인 분홍색을 피하기 위해 진한 인상의 핫핑크색을 골랐다"고 말했다.

여우를 캐릭터로 고안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의 연장선이다. 순한 이미지의 곰과 토끼와는 달리 익살스러우면서도 영리한 여우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김 대표는 "흔히 여우는 악역이라는 이미지가 커 상대적으로 귀여워 보이는 사막여우를 참고했다"며 "어린왕자를 본떠 왕관을 씌우는 등 캐릭터 스토리를 구체화했다"고 했다.
사진=더핑크퐁컴퍼니
사진=더핑크퐁컴퍼니
귀와 꼬리의 디테일까지 한 땀 한 땀 구현한 핑크퐁은 회사의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도 더핑크퐁컴퍼니 모든 영상의 인트로에는 핑크퐁이 15초가량 출연한다. 김 대표는 "인트로를 짧게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브랜드를 띄우기 위한 집착으로 시청자가 지루하지 않은 영상을 만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더핑크퐁컴퍼니에서 주력하고 있는 캐릭터 '베베핀'은 아기상어와 핑크퐁의 장점을 살려 만들어졌다. 동물 캐릭터가 인간의 몸짓을 따라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반영해 남자아이로 고안했다.

김 대표는 "핑크퐁이 인간이었을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 낸 게 베베핀"이라며 "초기 성장률은 아기상어나 핑크퐁보다 서너배 정도 빠르다"고 부연했다. 베베핀의 머리색이 분홍색인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이어 "유니콘을 좋아하는 누나 '보라'와 해적을 좋아하는 형 '브로디' 등으로도 세계관을 적극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00년 넘는 '스테디셀러 브랜드' 꿈꾸는 핑크퐁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 사진=이솔 기자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 사진=이솔 기자
전 세계적 인기를 끄는 캐릭터를 연이어 만들어낸 비결은 창업 초부터 '유통망'의 중요성을 살린 데 있다. 김 대표는 "공들여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내놓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재미라는 요소를 소비자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신기술과 유통망을 고민하는 곳이 더핑크퐁컴퍼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더핑크퐁컴퍼니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약 1500억에 달한다. 누적 구독자는 2억 5000만명을 넘겼다. 일평균 조회수와 구독자도 각각 1억 3000만명, 21만 명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세부 지표를 토대로 영상 조회수를 추적하고 매출을 정산하는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10년 넘게 노하우를 쌓고 있다"고 했다.

콘텐츠 시청층을 영유아에서 전 연령층으로 확대하기 위한 여러 시도도 하고 있다. 아기상어를 의인화한 2023년 작 스핀오프 웹툰 '문샤크'를 선보인 게 한 예다. 김 대표는 "AI로 만든 목소리를 캐릭터에 입히는 기술도 개발하는 등 양질의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더핑크퐁컴퍼니

 

사진=더핑크퐁컴퍼니
이 같은 역량을 토대로 전 세계에 더핑크퐁컴퍼니의 캐릭터를 적극 알리겠다는 게 김 대표의 계획이다. 지난해 백악관에 초청된 유일한 국내 캐릭터 '아기상어' 외에도 베베핀 등 차세대 캐릭터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축제 '아소비 마나비 페스타'에 베베핀 공연을 선보이며 약 3만명의 관객에게 호응을 얻은 게 한 예다. 베베핀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다음 달 개봉할 예정이다. 이외에 일본 TBS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제작한 첫 오리지널 문샤크 콘텐츠는 올 3분기에 방영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10년은 물론 100년 넘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며 "더핑크퐁컴퍼니가 국경과 플랫폼 경계를 넘나들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 회사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했다.

출처: 한국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