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로님께서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밑에서 신앙교육을 받으며 자라셨는데 부모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머니께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몸소 행함으로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오랫동안 ‘간디스토마’라는 지병으로 가장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체 3남 1녀의 자녀를 남겨두고 소천하셨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일곱 살, 어머니는 서른두 살이셨습니다. 젊었던 어머니의 희생적인 삶의 여정들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매일매일 교회에서 새벽 제단을 쌓고 난 후, 잠을 자는 자녀들의 이마에 손을 얹으시고 하나님께 소원의 기도를 드린 후, 동이 트기 전 삶의 현장으로 나가셨던 어머니의 소원, 기도 소리가 순간순간 선명하게 들리곤 합니다. 오직 자식들만을 생각하시면서 희생의 삶을 사셨던 어머니이셨습니다. 제가 열일곱 살이 되던 해, 그런 어머니의 품을 떠나 상경을 했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서는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된 성경책을 주시면서 서울에 올라가서 취직이 되어 월급을 받으면 십일조를 고향의 교회에 꼭 보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누구보다 늘 물질의 궁핍함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았던 어머니께서 열일곱 살의 아들을 객지로 보내면서 해주신 말씀이 “많은 돈을 모아라”가 아닌 “십일조를 고향의 교회로 보내라” 이셨습니다.
어머니께서 들려주었던 성경에 쓰여있는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자녀인 제가 세상속 삶의 현장에서 늘 생각하고 실천하는데 소중한 지혜의 말씀이 되었습니다. 고향의 교회로 십일조를 보내라고 하신 어머니의 말씀대로 십일조를 꾸준히 고향의 교회로 보내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이제부터는 네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 십일조를 드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품을 떠나는 아들이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하지 않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마음에 십일조에 대해서 말씀하셨던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신앙의 유산을 몸소 행함으로 물려주신 위대한 어머니이시죠.
양복을 만드는 일을 하나님께서 주신 ‘천직’이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와 그 일을 통한 선한 영향력은 무엇인가요?
3남 1녀 중 저는 세 번째이었습니다. 첫째와 둘째형들은 우연하게도 양복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그래도 어머니는 셋째인 저만큼은 훌륭한 목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읍에 있는 검정고시를 합격해야 고등학교에 진학할 자격이 주어지는 기독교 학교로 보내셨습니다. 둘째 형님이 면에서 양복점을 경영하였기에 필요한 부자제를 읍에 있는 가게에서 구입하여 사용하는 심부름은 저의 역할이 되었습니다. 부자제 구입비용은 월말에 결제해주는 조건이었습니다. 월말이 되어 한 달동안 사용한 결제금액을 저에게 주었으나 동네 불량 선배들에게 모두 다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어머니의 권유로 태권도를 배웠습니다. 태권도를 배우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학업에 소홀해졌고 검정고시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저에게 훌륭한 목사가 되었으면 하셨던 어머니의 바람은 자연스럽게 저의 진로는 형들이 하고 있는 양복 만드는 일을 배우게 되었고, 그것은 저에게 천직이 되어 53년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천직이 된 양복 만드는 일은 사랑하는 아들(명찬)이 이어서 열심을 다하고 있으니 더욱 더 감사할 뿐이죠.
53년 넘게 양복을 만드시면서 많은 분을 만나셨는데 기억하시는 분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많은 분이 계십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두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먼저, 양복점 오픈을 앞두고 있었을 때 오셨던 고객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양복점 오픈을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중에 고객 한 분이 오셨습니다. 전에 근무했던 양복점을 이용하시던 분이셨습니다. 오셔서 저에게 자신도 자녀가 있는 아버지로서 젊은 사장께 격려와 용기를 주고 싶어서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께서 제게 양복을 맞추러 오실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저와는 달리,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먼지 뿐인 장소에 방문하여 복지와 가격 모두 다 제게 위임해주시면서 공사하는데 보탬이 되라고 양복값도 현금으로 지불해주셨습니다. 오직 저에게 꿈과 용기를 주기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분은 한경직 목사님입니다. 나눔의 실천을 본받게 해주셨고 92세 때까지 양복을 지어드렸습니다. 지내시던 남한산성을 방문하여 양복을 지어드렸습니다. 한번은 양복을 맞추신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또 양복을 맞추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혼신을 다해 며칠 전에 양복을 지어드렸었는데 또 양복을 맞추시는 이유를 여쭤봤습니다. 목사님께서 얼마 전 맞춘 가장 소중한 양복을 다른 분에게 선물로 드렸다는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추운 겨울에 코트를 잘 지어드렸는데 그로부터 며칠 뒤 또 코트를 맞추시겠다고 연락이 오셨습니다. 제가 목사님께 여쭤보니 이번에도 또 다른 분에게 드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다른 분들에게 나누어 주시며 기쁜 마음을 갖고 계시는 목사님의 모습을 본 저도 미약한 것이라도 나누며 기뻐하는 목사님의 모습을 본 받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그 천직을 아드님이 대를 이으시는데 앞으로의 계획과 기도 제목을 말씀해주세요.
아들이 제가 하는 일을 이어서 하는 것은 감사할 일이죠. 반면에 염려도 됩니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 가업을 승계받은 아들이 잘 이어갈 수 있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아버지인 제가 기반을 다져놓았기에 아들이 이어나가기에 수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들이 감당해야 하는 미래는 제가 일했던 시대보다 더 많은 노력과 연구를 요하기 때문에 아들도 경쟁력을 더 갖춰야 할 것입니다. 세상적인 가업을 이어받는 것처럼 저로부터 신앙의 유산도 잘 이어받는 소중한 아들이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성경 속의 인물 중에 귀감이 되는 분이 있다면?
저는 아브라함이 귀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브라함과 조카 롯이 재산이 많아져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조카 롯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도 아브라함처럼 너그러운 마음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노아를 보면서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전혀 비가 올 날씨가 아니기에 모든 사람이 조롱하는 상황에서도 홍수가 있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오직 믿음으로 순종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구원의 배를 완성한 노아를 닮아가고 싶습니다.
대담) 노승빈 (세계투데이 주필, 백석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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