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버스준공영제, 안전한 1일 2교대로 가야

김성렬 / 기사승인 : 2017-08-16 11: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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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경기지역 노조는 경기도청 앞에서 버스준공영제 전면실시를 요구하며 운전대 대신 피켓을 들고 나섰다. 현재 추진 중인 경기도의 버스준공영제 시범사업은 광역버스에 한정돼 있고 이마저도 시·군의 참여가 저조해 반쪽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버스 운전기사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 것이다.




일선 시·군의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단순히 재정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경기도가 추진하는 준공영제 시범사업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버스 준공영제는 시민의 안전과 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도입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경기도의 이번 시범사업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에 일선 시·군은 섣부르게 재정을 투입할 수 없었다.




경기도 버스기사의 근무형태를 살펴보면 대부분 격일제를 기반으로 일일 근로시간은 16.5시간, 한 달 기준 270시간에 달해 경기도 버스운전기사들은 살인적인 근무 스케줄을 감당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1일 근무 후 보장돼야 할 1일 휴식도 없이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최근 일어난 경기도 버스 교통사고의 원인은 바로 이런 구조적인 결함에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시범사업을 통해 현행 월 15일 근무를 12일로 줄여 버스기사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격일제는 변함이 없다. 운전기사 한명이 하루 종일 운전을 하는 근무형태로는 경기도 버스의 안전성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이다. 버스준공영제를 먼저 시행한 타 지자체들은 1일 2교대 근무형태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버스준공영제 시행으로 사고율이 38.1%나 감소했다. 경기도 버스 준공영제도 1일 2교대를 통해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어야 시·군이 재정 부담을 감내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경기도는 버스기사 인력부족을 이유로 당장 1일 2교대를 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 이유는 경기도 버스의 살인적인 근무여건과 저임금 때문이다. 경기도 버스운전기사의 평균 근속 연수는 3년 7개월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숙련된 버스기사들이 근무여건이 좋은 서울로 옮겨가다보니 서울은 운전기사가 넘쳐나고 경기도 버스업계는 늘 구인난에 허덕인다. 오죽하면 경기도는 버스기사 양성소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일자리 도지사를 주창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그에 걸맞지 않는 것 같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부터 경기도 버스기사를 양성해 충원할 것이 아니라 경기도 버스의 근무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시켜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간 경기도 버스기사들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경기도 버스의 안전성 확보와 도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버스준공영제 및 1일 2교대 시행으로 인한 추가재정 문제도 어려운 문제인건 사실이다. 31개 시군의 재정력의 격차가 너무 커 일부 시군은 이에 부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31개 시군 재정은 다 다를지 몰라도 경기도민 누구나의 안전은 똑같이 중요하기에 시군의 재정력에 따라 도민의 안전이 좌우 되서는 안 된다. 31개 시군의 부족을 채워 격차를 줄이는 것이 경기도의 역할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경기도는 연정과제의 일환으로 지난 7월말부터 경기도 버스의 청소년요금 할인을 확대한바 있다. 당시 경기도는 시군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도의 부담부분을 일정부분 늘려 시군의 부담을 덜어준바 있다. 청소년의 이동권 보장, 교통비로 인한 가계부담 줄이는 것에 찬성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을 위한 버스준공영제 시행에 있어 시군간의 재정격차를 무시한 일방적 행정은 경기도의 통합을 저해하고 갈등을 유발시켰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또한 경기도 버스 준공영제는 남경필 지사의 핵심공약이며 이번 시범사업의 근거가 된 ‘경기도 버스체계 개편 추진방안 연구 용역’은 지난해 8월에 완료됐음에도 지금에야 추진되는 점에서 도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남지사의 대선 출마로 인한 도정공백이 없었다면, 안전 문제에 관해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버스 사고로 인한 안타까운 희생이 없었을지 모른다. 다만 경기도의 이번 시범사업이 사후약방문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 있어야 한다. 1일 2교대 시행을 전제로 경기도 버스기사들의 처우 및 근무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31개 시군 전체가 함께 할 수 있는 완전하고 안전한 경기도 버스준공영제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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