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말, 한국에서 쌀과 성경이 담긴 병을 강을 통해 북한으로 보내려고 시도한 미국인 6명이 억류되었다. 크리스채너티 투데이(Christianity Today)에 따르면, 이들은 해류를 따라 북한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며 성경, 쌀, 1달러 지폐, K-Pop과 한국 드라마가 담긴 1,600개의 플라스틱 병을 북한과 인접한 강화도 바다에 던졌다. 경찰은 이들의 행동이 ‘재난 및 안전 관리법’을 위반했다며 조사에 들어갔다.
‘순교자의 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VOMK)’의 멤버인 에릭 폴리(Eric Foley)는 2020년 6월 성경을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보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폴리는 한국에서의 이번 사건을 보고 섬뜩한 느낌을 받았으나 “이런 일이 나의 결심을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지하교회 성도들과의 약속대로 더 많은 성경을 북한에 보내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해당 억류 사건에 대해 알고 있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억류된 6명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폴리와 다른 북한 사역 단체들 역시 이들에 대한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
폴리는 “우리는 그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그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몰랐다”면서도, “이 일은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이들이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을 대상으로 수십 년 동안 사역해온 한국 내 기독교 비영리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북한을 향한 사역에 큰 타격을 줄까 우려하고 있다고 크리스채너티 투데이는 전했다. 북한은 오픈 도어 세계 감시 목록에서 기독교 박해 1위 국가로, 성경 소지만으로도 강제노역 수용소 수감이나 처형당할 수 있다.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집권 정당에 따라 대북 정보 유입 방식에 관한 입장이 달랐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화해를 추구하며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반면 윤석열 정부 들어 통일부는 입장을 번복했다.
또한, 2023년 들어 이 법을 비판하며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해 법을 폐지했다. 그러나 현지 경찰은 여전히 북한 보복 가능성에 대비해 접경 지역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7월 3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회견을 연 신임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워하더라도 들어야 한다”며 대화를 끊는 것은 어리석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켰고,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 버지니아에 본부를 둔 ‘국방포럼재단(Defense Forum Foundation)’은 쌀이 든 병을 보내고, 풍선을 보내는 활동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북한 탈북자들과 협력해, 쌀, USB, 성경 등을 담은 병을 바다에 띄우거나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보내왔다.
재단 대표 수잔 숄티(Suzanne Scholte)는 억류된 미국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북한 자유주간 행사로 유럽을 다녀온 후 체포 소식을 들었다. 이건 가짜 뉴스일 수도 있다. 이런 일은 대부분 가장 효과적으로 북한에 정보를 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탈북자들이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숄티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외부에서 유입된 전단지나 단파 라디오를 계기로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그녀는 단체가 조용히 사역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우리는 더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고, 새로운 경로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에 따르면, 종교·정치 단체들이 북한으로 보내는 풍선에는 전단지, 소형 스피커, K-pop과 한국 드라마가 담긴 USB, 축소판 성경 등이 담긴다. 북한 이에 대응해 지난해 화장지, 흙, 건전지 등 쓰레기가 담긴 오물 풍선 7,000개를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폴리는 “다른 외국 단체들이 이를 모방하지 않도록 하나님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한국 정부의 감시 강화와 대중의 우려를 불러일으킬까 걱정하고 있다.
‘동북아 화해 이니셔티브(Northeast Asia Reconciliation Initiative, NARI)’ 김종호 대표도 이에 동의한다. NARI는 미국과 동아시아의 기독교인들이 모여 정치적 긴장이 극심한 이 지역에서 치유와 화해를 모색하는 포럼을 운영해왔다. 김 대표는 이번 억류 사건이 종교 박해가 아닌 한국 정부의 법률에 따른 조치라고 해석했다. 그는 “정부와의 조율이나 허가 없이 행동할 경우, 그것은 도발로 간주될 수 있다. 이는 최근 형성된 대화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북한은 국경을 닫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외부인을 차단하고 있다. 지난 3월, 라선 특별시를 외국 관광객에게 개방했지만 이후 갑작스레 입국을 중단했다. 작년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이러한 폐쇄는 기독교 단체들의 사역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사건이 NARI의 대화 및 관계 구축 사역에 방해가 될까 우려했다. 그는 “북한과의 화해와 교류는 극히 섬세하고 오랜 신뢰 위에 이루어진다”면서도, 복음서의 씨 뿌리는 비유에서처럼 “지금은 좋은 밭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다. 아무리 의도는 좋아도, 성급한 행동은 그 밭을 굳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폴리 역시 인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복음에 ‘닫혀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한, 중국, 러시아 어디에서도 북한에 성경을 보내는 일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OMK는 매년 평균 4만 권의 성경을 북한에 보낸다”라고 밝혔다. 보안상 구체적인 방법은 밝힐 수 없지만, 한 번에 1~2권씩 보내고, 한 지역에 성경을 전달하는 데 1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북한 인권 정보센터가 발간한 종교 자유 백서에 따르면, 이처럼 조심스럽고 장기적인 접근 덕분에 북한 내 성경을 본 사람이 매년 4%씩 증가하고 있다.
폴리는 “지금은 북한 역사상 가장 많은 북한인이 성경을 접하는 시기이다. 1900년대 초 평양 대부흥 때보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북한 사역을 꿈꾸는 이들에게 “북한을 돕고 싶다면, 먼저 그곳의 성도들에게 ‘당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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